도시탐험 22회 - 창신동

건축기자 허남설과 함께 도시탐험 - 창신동


조감도가 아닌, 도시의 골목 속으로 들어갑니다. 도시탐험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동안 21회차에 걸쳐 역사, 인문학의 시선으로 도시를 걸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렌즈를 장착합니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설계사무소를 거쳐 저널리스트가 된 허남설 기자와 함께 도시를 탐험합니다.

넓게는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좁게는 건축과 골목의 관점에서 우리가 사는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사는 집과 동네는 어떤 시간과 이해관계 속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함께 읽어봅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창신동입니다. 한때 산을 깎아 돌을 캐던 채석장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자리에 사람들이 모여들며 서울의 독특한 산동네가 만들어졌습니다. 가파른 지형과 좁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집들, 그리고 동대문 패션산업을 떠받쳐온 수많은 봉제공장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창신동은 오랫동안 대규모 재개발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뉴타운과 재개발 계획은 등장하고 또 사라졌습니다.



왜 멋진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은 번번이 벽에 부딪혔을까요? 재개발은 왜 어떤 동네에서는 해답이 되고, 어떤 동네에서는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만들까요? 허남설 기자의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는 바로 이 질문을 품고 도시의 현장으로 들어간 책입니다. 그는 “낡고, 긁히고, 부서지고, 허물어질 것 같은 도시의 못생긴 부분들”을 직접 걷고, 찍고, 주민들을 만나며 들여다봤습니다.

특히 창신동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옷 하나 만들면 퀵이 15번 온다.” 좁고 불편해 보이는 골목 안에는 사실 수많은 사람의 일과 기술, 이동과 거래가 촘촘하게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숨어 있습니다.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이 생태계까지 저절로 옮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작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에서 허남설 기자는 ‘15분 도시’를 다시 묻습니다. “15분 도시가 진짜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집 가까이에 시설을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라는 질문입니다. 편리한 도시, 아름다운 도시, 새것으로 가득한 도시가 반드시 모두에게 좋은 도시일까요? 오래된 주민과 노동자, 상인과 청년, 아이와 노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여기저기 매우 가파른 채석장 절개지들이 여럿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한양도성 밖의 창신동과 숭인동의 산 바위를 깎아 경성의 여러 건물을 세우는데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조선은행, 조선총독부, 경성부청의 하얀 건축자재가 바로 이곳에서 나왔습니다.


절개지 바로 위에서 보면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카페낙타 같은 멋진 카페들이 들어섰고, 창신소통공작소, 산마루놀이터에서도 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여기에서 창신동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경사지가 상당히 급합니다. 경사를 그나마 줄이려고 길을 요리조리 휘어 놓아서, 길 이름마저 ‘회오리길’입니다. 실제로 가서 보면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창신동에는 봉제골목도 있습니다. 동대문시장에서 파는 의류의 상당한 양은 바로 이 봉제골목에서 뚝딱 만들어집니다.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따로 골목 구경을 하시면 좋습니다. 전태일재단도 이 봉제골목에 있습니다.







이번 도시탐험은 건축 강의가 아닙니다. 건축학도의 눈으로 공간을 읽고, 기자의 발로 현장을 확인하며, 도시의 표면 아래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답사입니다.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실제 골목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재개발 계획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현장에서는 무엇인지 함께 발견합니다.

누군가는 창신동 전체를 싹 갈아엎는 뉴타운식 재개발을 필요하다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그런 재개발은 세입자의 주거권과 주민 공동체를 파괴한다며 다른 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권력의 자취가 여전히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런 현장 역시 피하지 않고 둘러봅니다.

창신동에는 이 모든 발걸음의 사이사이에 들을 수 있는 특유의 소음이 있습니다. 바로 미싱 박는 소리입니다. 창신동 특유의 활력은 바로 이 미싱이 만들어 냅니다. 청계천을 건너면 바로 만나는 평화시장 등 의류 도매시장을 뒷받침하는 곳이 바로 창신동입니다. '마도메' '시야게' 같은 일본식 외래어가 상징하는 봉제산업 생태계가 여전히 숨쉽니다.







요즘 이 생태계는 동남아 이민자들이 지탱한다는 사실도 창신동을 걷다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한양(서울) 도성 인근 산자락 등 주인 없는 땅의 무허가 가옥에 살았던 토막민의 기억부터 이민자 2세의 현재까지 만날 수 있는 곳, 창신동을 함께 걸어보겠습니다.


답사 경로 : 낙산성곽길 입구(시작) - 덕산파출소 - 성줄쉼터(EBS <건축탐구 집> 협소주택 인근) - 해송지역아동센터(이화동 접점) - 창이어린이놀이터 - 창신11길 - 채석장전망대(카페 낙타) - 산마루놀이터 - 회오리마당 - 창신길 - (옛)봉제거리 - 동대문역 1번 출구(끝)


*세부 동선은 변경될 수 있음



모임 후기 1  ->  바로 가기 (역사기행)
모임 후기 2  ->  바로 가기 (창신동 숭인동)




행사 일정 

일시 : 10월 24일(토) 오전 9시 30분 ~ 12시

장소 : 흥인지문공원 진입광장 (지도 보기)

인원 : 12명 내외

금액 : 15,000원

기타 : 무선 가이드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문의 : 이메일(master@artwith.kr) 



※ 참가비에는 답사 진행비가 포함되고, 개인 음료·식사 비용은 개별 부담입니다.


가이드 – 허남설 

1980년생으로 신도시 아파트촌에서 자랐다. 한양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건축사사무소를 잠깐 다녔고, 2013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정당정치·도시행정 등을 취재했다. 2023년부터 시사 뉴스레터 『점선면』을 제작했다. 도시 재개발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 2023)와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모두의 도시는 있다』(산지니, 2026)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