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할걸요, 친구들은. 그런데 내가 읽은 책, 내가 고른 그림으로 글쓰고 읽으니까 디게 신기해요. 너무 재밌고요. 계속하고 싶어요. 집가도 이런 이야기 계속하고 싶어요. 이번 여행에 할머니 따라 중2 여학생이 왔다. 친구들이랑 계속 할 수 있어! 방법을 알려주는데 갸우뚱. 개소리라고 할 거라고. 어떤 개소리는 될 때까지 계속해야 돼. 아이 얼굴에 웃음이 꽃처럼 번진다.
세키 미술관
마쓰야마 소도시 작은 미술관에서 로댕을 만날 줄이야. 다양한 신체 드로잉과 비너스 조각, 심봤다. 일본 예술은, 대체로 우리가 갖고 있는 전형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쿠사마 야요이나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아야코 로카쿠 등 강렬한 유아적 프레임이 있고. 세키 미술관에서 일본의 근대 그림들을 만났다. 꽃이 만개하고 새가 노래하는 청풍명월의 풍경, 일상과 삶 속에서 건져올린 서정이 그득하다.
오늘 내 마음의 한점은 '블루버드'다. 사방에 봄이 물오르는데 파랑새는 조급하지 않다. 연두빛은 곧 짙어질테고 꽃의 낙화도 지켜보겠지만 그것이 숲의 순리라는 걸 안다. 다만 파랑새는 눈 앞의 광경을 누린다. 쭉쭉 뻗어 올라가는 봄가지의 기세, 날로 푸르러가는 나뭇잎들의 약진, 먼데서 우렁우렁한 봄의 폭포 소리, 빠짐 없이 보고 듣고 느끼며 새겨둔다. 저 자신도 봄인 줄 모르고.
이끼 정원
하늘로 솟은 나무, 땅에 번진 이끼, 초록 숨이 쉬어지는 곳. 고즈넉한 야외 데크에서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이야기 시간. 언제나 그렇듯 글로 꺼내놓으면 내 삶이 따라나온다. 그림을 나누었는데 어느새 인생의 한부분 나눠가진 듯 다정해진 마음. 벚꽃이 난분분 지고 있다. 우리의 여행도 봄꽃처럼 생의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음'이 있다. 다시 만나요, 언약해보는 밤.
글 / 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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