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운영자 7문7답 ㅣ 문화라


'공든 탑도 무너진다' 생활 신조

금사빠 맷 데이먼... 모임 중독자 


<도시인문학 기행> 컬쳐 코치 (문화라, 리나)    


국문학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소위 말하는 '보따리장수'로 20여 년을 여러 대학을 순례했다. 하지만, 가장 재밌는 일은 의무감으로 듣는 학생들과의 수업이 아니라 '진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눈빛을 반짝이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모임이다. 함께 책을 읽고, 책 수다를 나누고, 함께 글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즐겁다. 앞으로 <도시인문학 기행> 모임 외에도 <세계문학 세계여행> 모임을 통해 문학을 함께 읽고, 세계여행을 함께 가는 꿈을 꾸고 있다. 그에게 7개의 우답을 던졌더니, 7개의 현답이 도착했다.


- 좋아하는 동물이나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입니다. '시로'라는 하얀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의 매력은 여유로운 걸음걸이와 도도한 태도인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주인이 왔다고 해서 개처럼 문 앞까지 달려 나와 꼬리를 치며 반겨하는 모습이란 보기 어렵습니다. 어슬렁거리며 느리게 걸어 나와 “왔냐?” 정도의 시선을 던지고, 무심하게 누워 털을 핥기 시작하는데, 이런 도도함이 마음에 듭니다. 고양이를 워낙 좋아해서, 한때는 고양이 서점을 열어볼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냥 꿈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해 주세요. 조금 부담스럽게 좌우명이나 신조는 무엇일까요?

현재의 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5년 전부터 날마다 읽고, 매일 쓰고 있습니다. 좌우명까지는 아니지만, '공든 탑도 무너진다'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확신할 수 없고, 계획했던 대로 다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매사에 조금은 힘을 빼고, 너무 애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상의 루틴대로 하루의 일과는 해 나가지만, 힘을 조금 빼고 무리하지 않는다'가 현재 저의 신조입니다. 





- 어떤 일을 해오셨고,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과거와 미래, 현재를 알려주세요.

지금까지 주로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글쓰기나 독서 수업 등을 학교에서 해왔는데요. 10년 전부터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떠나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인문학이나 문학, 심리 관련 10여개 이상의 독서모임을 진행해왔습니다. 10년동안 다섯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독서와 관련한 여러 책들을 준비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읽고, 쓰고, 모임하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최애 배우나 가수도 좋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이 매번 바뀌는지라 한 명을 꼽기가 어렵네요. '금사빠'에 가까워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도 금방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편입니다. 그래도 한 명을 말해보자면, 최애 영화 시리즈 중 본 시리즈가 있는데, 주인공인 맷 데이먼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그가 직접 대본을 써서 영화화한 『굿 윌 헌팅』을 보고 굉장히 인상깊었고, 성실하면서도 소신있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최근에는  잠비아를 방문한 후 물로 인해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물 전문가인 개리 화이트와 힘을 합쳐 워터닷오알지(Water.org)라는 비영리단체를 조직하고, 『워터 물이 부족하다는 착각』 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는데, 이런 소신있는 태도가 좋습니다.  


- 인생 드라마, 인생 영화, 인생 책도 알려 주세요.

인생영화 중 한 편은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입니다. 20년이 지나서 다시 보았는데, 그때도 좋았지만 다시 보니 여전히 좋습니다. 영화의 결말을 보면서 만약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영화가 인생영화인 이유는 삶에서 선택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떠올리게 해서입니다.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남을 수 있고,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더 집중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걷어낸 장면의 절제미가 아름다운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아봅니다. 

인생책은 몇 권이 있는데, 고등학교때는 고미가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을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는데 전쟁에 반대하는 일본인 장교가 중일전쟁때 만주에서 겪은 이야기를 다룬 휴머니즘 소설입니다. 대학교때 인생책은 잭 런던의 『마틴 에덴』입니다. 잭 런던이 밑바닥 인생에서 당대 최고의 작가가 되기까지의 자신의 경험을 자전적 소설로 펴낸 책입니다. 최근에 영화로도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작품 중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꼽고 싶습니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가독성 높게 써내려간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읽었던 책입니다.  


  


- 묘비명으로 생각하신 문구가 있나요?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이라는 소설의 서두에 보면, 보르헤스가 자신의 묘비명으로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는 말을 써달라고 남겼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문장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는데요. 만약 저의 묘비명으로 남기고 싶냐고 묻는다면, 이 문장을 조금 비틀어 '우리 사이에 책이 있었네' 라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한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책으로 연결되는 삶을 살아가다가 눈감고 싶습니다.


- 앞으로 모임을 어떻게 이끌어가실 건지 포부를 밝혀 주세요. 

어렸을 적부터 항상 무언가에 잘 꽂히곤 했습니다. 흠뻑 빠지게 된 대상은 매번 바뀌었는데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계속 변함없이 해오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책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모임 하기입니다. 10년째 책 모임을 해오고 있는데 여전히 책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즐겁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 구절을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여주는 분들을 만나면 뛸듯이 기쁩니다. 반대로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주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시는 분들과의 만남도 늘 즐겁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을 이끌어나가겠습니다. 


정리 / 걷는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