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초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 후기
※ 이 수업은 서울시 남부교육지원청의 지원으로 진행된 수업입니다.
전체 평가 (좋았던 점 / 아쉬운 점)
- 교내 벽면에 아이들 눈높이로 다양한 명화가 걸려있을 만큼 학교에서 관심이 높음.
- 담임 선생님이 매 수업에 함께 참여하며 관심과 기대가 컸음.
-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 자아, 감정, 사회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에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았음.
- 매주 수업에서 그림 질문에 아이들 모두 ‘나’의 이야기로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발표함.
- 4주 동안 아이들의 글쓰기와 발표력이 눈에 띄게 좋아짐.

참여자 소감
* 원래 그림에 관심이 없었는데요, 이제 더 알고 싶어졌어요.
*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렸는데, 예술 수업 후에 그림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 처음엔 그림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게 후회가 되었어요.
* 전에는 “예술이 왜 재미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와, 예술이 이런 거구나!”라고 바뀌었어요.
* 예전엔 그림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 처음엔 관심이 없었고 미술이 싫었는데, 이젠 핸드폰으로 작품을 찾아보는 게 재미있어요.
* 미술은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림을 보면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 솔직히 그냥 학교 미술 수업이랑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예술 수업은 다르더라고요.
* 예술이 신기했어요. 이젠 감상하는 게 달라졌어요.
* 집에서도 그림을 그리는데, 예술 수업 시간이 기다려졌어요.
* 예술을 잘 몰랐는데, 잘 알게 되었고 글도 잘 쓰고 싶어졌어요.
* 이제는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감상하게 되었어요.
* ‘예술 수업’ 시간이 있는 목요일이라는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근데 4번이라서 아쉬웠어요.
* 전에는 재미없었는데, 이젠 예술이 재미있어졌어요.
* 예술 수업을 통해 그림이 더 그리고 싶어졌어요.
* 그림에 관심이 없었는데, 관심이 많아졌어요.

아트코치 후기
- 1차 <그림으로 만나는 나> 수업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학교를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다. 1층부터 4층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벽에 다양한 명화들이 걸려있었습니다. 피카소의 <꿈>,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칸딘스키의 <동심원이 있는 정사각형>, 마르크 프란츠의 <숲속의 황소>, 조르주 브라크의 <둥근 테이블> 등 명화와 함께 간단한 소개 글이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눈높이에 맞춰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4층 첫 교실인 4-1반은 총인원이 24명이었는데요.
수업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저마다 행복, 기쁨, 인생, 좋은 거라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발표했습니다. 15분 글쓰기에서 가장 많이 선택한 그림은 원은희 작가의 <오늘 내가 발견한 감사와 기쁨>이었고요. 이어 고흐의 자화상, 에곤 실레의 <이중 자화상> 순이었습니다. <오늘 내가 발견한 감사와 기쁨>을 보고 한 아이는 사랑에 빠진 사람같다고 했고, 다른 아이는 “나는 예술을 배우고 싶어요. 왜냐하면 재능을 찾고,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아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나는 나 같다 …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어서 떨리는 마음 같다.”며 그림에 대한 느낌을 자세히 표현했습니다.
고흐의 <자화상>을 보고 한 아이는 “고흐가 무슨 작품을 만들지 생각이 나지 않아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 같다”며 그래서 배경을 복잡한 선으로 그린 것 같다고 썼습니다. 이외에도 다수의 아이들이 고흐가 가난한 시절 어려움으로 무표정이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글쓰기 후 아이들은 "그림을 보고 글쓰기를 하는 게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는데 발표를 하니 속이 왠지 개운했어요." "2시간 수업이 가치 있게 느껴졌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어요."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라고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첫 수업이어서 서너 명의 아이는 2줄 정도 글쓰기를 하고 발표도 꺼려해서 조용히 다가가 대신 읽어주거나 시간을 더 주었습니다. ADHD 치료를 받는 한 아이의 경우, 갑작스러운 감정표현이나 돌출행동이 있었지만, 교실에 계속 계셨던 담임 선생님 도움으로 문제없이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다수의 아이들이 발표할 때 자유로움보다는 선생님 눈치를 보는 등 긴장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추민혁, 에곤 실레의 <이중 자화상>
"이 그림처럼 내면과 외면의 성격이 다르다면 외면과 내면 중, 그 어느 것도 완전히 드러내면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너무 한가지 성격만 드러내면 위험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저. 그 두 성격을 섞어서 최고의 성격을 만들어야 할뿐. 그리고 나도 내면과 외면이 약간 다른데 나도 1가지만 드러내지 않고 두 가지를 섞어서 만든 성격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너무 나쁘지도, 너무 착하지도 않은 중간의 성격을 사용해야겠다."

- 2차 <그림으로 보는 감정> 수업
두 번째 ‘그림으로 보는 감정’ 수업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첫 시간에 그림을 보는 방법을 기억하는지 다시 질문하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고, 그림을 응시하고, 자세히 바라보는 방법을 잘 기억하고 발표했습니다. 아이들이 ‘15분 글쓰기’로 가장 많이 선택한 그림은 윤정원의 ‘새들도 압니다. 사랑받고 있음을’이었고요, 이어 뭉크의 ‘불안’과 콰야의 ‘마음과 다른 행동’. 신정민의 ‘혹등고래를 탄 사람들’ 순이었습니다.
그중 윤정원의 ‘새들도 압니다. 사랑받고 있음을’에 대한 아이들의 글쓰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소녀와 펭귄의 포옹을 보면서 ‘사랑’을 느꼈다고 했는데요. 아이들은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서 그림처럼 안아주는 것,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는 펭귄이 너무 커져서 소녀와 떨어질 것 같아 소녀가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한 아이는 뒤에 파란색 배경이 만치 많은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 같다면서 새와 소녀가 불안해서 서로 안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또 한 아이는 이 그림이 따돌림을 당해 속상해하는 여자 아이와 펭귄이라며, “우린 모두 소중해요. 우린 모두 소중한 생명이니깐 서로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요.”라고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아이는 빙하가 녹고 있어서 소녀가 펭귄한테 “괜찮아 너에게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썼습니다. 하나의 그림에서 사랑, 차별, 따돌림, 기후 위기까지 다채로운 아이들의 생각이 경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 3차 <그림으로 읽는 세상> 수업
세 번째 ‘그림으로 읽는 세상’ 수업이 되자, 아이들은 새로운 그림이 나올 때마다 환호했습니다. 같은 나이의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가 그린 코끼리 그림에는 놀라워했고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 그림을 이야기하자 모두 깔깔거리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다 15분 글쓰기에 들어서자,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림을 2분 동안 응시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예술 수업의 효과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번 시간에 아이들이 ‘15분 글쓰기’로 가장 많이 선택한 그림은 윤진석의 ‘내 머릿속 시계들’과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삶의 단계들’이었습니다. 이어 채정완의 ‘모두가 감독’과 레지나 킴의 ‘오버드레스’ 순이었는데요. 아이들은 윤진석의 ‘내 머릿속 시계들’ 그림에 대해 다양한 글을 썼습니다. 한 아이는 그림 속 시계 색깔에서 파랑은 슬펐던 시간, 빨간색은 화나는 시간, 초록색은 기쁨, 갈색은 질투라고 적었습니다.
또 모양에 따라 네모는 싫은 사람, 동글한 모양은 좋은 사람, 둥근네모는 친구 같다며 작가가 자신의 마음이나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기분을 표현한 것 같다고 썼습니다. 다른 아이는 이 그림이 작가가 행복했던 시간을 기록한 것 같다며 자신도 이렇게 기록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려나?”라고 적었고요. 이어 하트 시계를 그리고 ‘주말’이라는 시간이 좋다던 아이, 활짝 웃는 꽃시계에 2시 35분을 그리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시간”을 쓴 아이 등…. 윤진석 작가의 그림을 보고 아이들은 다양한 글을 썼습니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삶의 단계들’ 그림에도 아이들이 다양한 글을 썼는데요. 한 아이는 작가가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 같다고 썼고요. 다른 아이는 가족을 일찍 잃었던 작가의 마음을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섬을 떠나 체험을 할 것 같다며 만화를 재미있게 그렸고요, 또 다른 아이는 전쟁으로 먹을 게 없어 죽어가는 모습 같다며 먹을 것을 나눠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수의 아이는 노인에서 소년, 큰 배에서 작은 배가 사람의 인생 과정과 삶의 목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채정완의 ‘모두가 감독’ 그림을 선택한 4~5명의 아이들도 있었는데요. 한 아이는 우리가 서로 생각이 달라서 싸우는 거라면서 사이좋게 지내려면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면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다른 아이는 이 많은 감독들이 자신의 인생을 영화처럼 찍은 것 같다면서 “내 인생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 세상 사람에 인생은 영화 같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고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메라가 눈 같다면서 “똑같은 표정, 똑같은 얼굴, 똑같은 옷, 똑같은 머리…”를 한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무서울 것 같다며 고민하던 한 아이의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업 후 다음 주 ‘내가 좋아하는 그림 가져오기’ 과제를 공지했더니,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가져와도 되는지, 그림이 없는데 어떤 그림을 가져와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다가오는 많은 아이들 덕분에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 4차 <나의 취향 찾기> 수업
마지막으로, 네 번째 ‘그림으로 읽는 세상’ 수업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친구가 가져온 ‘레고 아트’ 그림을 선택한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면, 아이들 모두 각자 좋아하는 그림을 가져와 글을 썼습니다. 클로드 모네의 <아돌프 모네의 독서, 정원에서> 그림을 가져온 아이는 노란색 나무 사이로 햇살들이 편안함이 느껴진다며, “여기 아저씨는 부러울 게 없는 것 같다.”며 아이도 “꼭 나무 밑에 가서 책을 읽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또 모자를 쓴 눈사람 레고 그림에는 “녹아서 없어지는 게 싫어서 사람 모양으로 생긴 것 같다”며 눈사람이 “속상하고 무섭지만, 일부러 웃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최우 작가의 <내 작은 히어로> 그림을 선택한 아이는 이 그림 속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지만,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며, “히어로를 그만하고 싶은 것 같다.”고 썼고요. 또 다른 아이는 이 그림을 보고, “마치 연약한 학생의 나만의 히어로인 것 같다”며, “우리 엄마가 영웅일 수도 있고, 다들 나만의 히어로가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외에도 모네의 <인상, 해돋이>,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그림책 등 다양한 작품에 솔직하고 진심 어린 글을 남겼습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가져온 그림과 글에 때론 놀라워하고, 때론 즐거워하며 친구들의 말에 경청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4주 동안 예술 수업에 참여한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다수의 아이들이 그림에 관심이 없었는데 예술 수업 후 그림에 관심이 많아졌고, 재미있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미술은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림을 보면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예술 수업을 통해 그림이 더 그리고 싶어졌어요.” “이제는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감상하게 되었어요.” “‘예술 수업’ 시간이 있는 목요일이라는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근데 4번이라서 아쉬웠어요.” 등 예술 수업 후 달라진 마음을 발표하며 마무리했습니다.
첫 수업에서는 조용히 그림을 보고, 글쓰기와 발표에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이 4주 예술 수업 후에 자신감있게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몇몇 아이들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예술 수업에서 다양한 작가의 그림을 보고, 그림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발표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도 교사도 함께 성장시키는 ‘예술’의 놀라운 힘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