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초등학교 <그림으로 읽고, 마음으로 쓰다> 후기
일시 : 4월 7일 ~ 4월 28일 (4주차)
장소 : 구일초등학교
대상 : 3학년 7반 (22명)
첫 번째 시간 <그림으로 만나는 나>
구일초에서 4월 봄볕보다 더 따스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만남의 순간 ‘예술 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아들은 ‘예술은 그림이다’ ‘예술은 작품이다’ 라며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내비췄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정답이 아니면 어쩌나 작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는 친구들. 미술관 다녀온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예술은 어렵다고 말하는 친구들의 쪼그라든 마음이 활짝 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해간 작품들을 소개했어요.
첫 작품 이우환의 <대화>를 보며 ‘어?’라는 반응을 가장 먼저 보여주었는데요. 이어서 ‘화분이 작품이 되었다’ 다며 웃으며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렇게 보는 게 잘 보는 것’이며 여러분은 벌써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되었다’ 지지해주었습니다. 말의 힘이 작동한 것인지 이어서 보여주는 작품에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편안하게 풀어놓았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을 보며 ‘이상하다’ ‘어딘가 아픈 사람같다’ 김보미의 자화상을 보면서는 ‘지루해하는 것 같다’ ‘얼굴이 붉은색인 걸 보니 무척 화가 난 것 같다’라며 감상평을 했습니다.
15분 예술 글쓰기 시간에는 원은희 작가의 <오늘, 내가 발견한 기쁨과 감사>을 많은 친구들이 선택해 글을 써 주었어요. ‘이 그림은 이 사람이 오늘 발견한 기쁨과 감사 덕분에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나타내는 그림 같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나도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을 때 저런 표정을 지은 것 같다’며 작품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 감상을 글로 새겨주었습니다.
반 고흐의 <자화상>을 선택한 친구는 ‘고흐에게’라며 ‘나는 네가 슬픈 것 같아. 너를 보고 있으니 나도 슬퍼지는 것 같으니까 웃어봐. 웃으면 기쁨을 알게 될거야’라고 편지글을 남겨주었네요. 한 친구는 에곤쉴레의 <이중 자화상>을 보고 ‘내 안에 너 있다!’라는 제목으로 ‘내 안에 너 왜이렇게 예민하냐며, 지금 반항하는 거냐’ 묻고 또 물어가다 진정하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글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작품을 보고 새순을 피우듯 돋아나는 아이들의 마음. 조금 낯설고 어색했던 첫 시간이 말랑말랑하고 보드랍게 마무리 되었네요. 작품을 감상하고 글쓰기한 경험에 대해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수업인데 너무 재밌다’ ‘빨리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 ‘친구들의 글이 참 재밌다’ ‘글쓰기를 어려워했는데 이 시간 글쓰기는 뭔지 모르게 참 재밌다’라는 후기를 남겨주었습니다.
두 번째 시간 <그림으로 보는 감정>
첫 번째 만남 이후 일주일이 흘러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 그사이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물었는데요. ‘고척스카이돔에 갔는데 그곳에 있는 그림에 관심이 갔어요’ ‘그림책의 그림을 더 자세히 봤어요’ ‘집에 있는 그림책을 찾아봤어요’라며 예술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건드려주었는지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주었는지 느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감정’을 보여주는 예술을 소개했는데요. 미드저니의 작품을 보며 ‘무섭다’ ‘피카소가 느껴진다’고 했으며 이어서 살펴본 피카소의 <빨간 베레모를 쓴 여인>을 보고 한 친구가 “예술스럽다”라고 해 모두 그 아이의 발언에 깜짝 놀랐네요. 그림을 보며 마음의 무늬를 살피는 시간, 작품을 통해 언어에는 품위가 담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림 속의 숨은 감정찾기>에서는 손을 들고 발표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아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한효니의 ‘run run run’을 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작가는 몇 살이냐, 지금 살아있냐’며 무척 궁금해했습니다. 젊은 작가의 현재의 삶. 아이들에게 이분의 생존 여부를 알아서 다음시간에 알려주기로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15분 글쓰기>에서는 윤정원 작가의 <새들도 압니다 사랑받고 있음을>이 많이 선택되었는데요. ‘나도 저 새처럼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아는데 잘 표현이 안 된다. 오늘은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지구환경 때문에 새들이 고통받고 있다’ ‘달라도 서로 사랑할 수 있다’ 등을 글에 담아주었습니다. 제가 다음 달에 이 작가를 만나는 프로그램에 참여 예정이다라고 했더니 무척 부러워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작가를 궁금해하고 관심 갖는 모습 또한 큰 변화로 느껴졌습니다.
콰야의 <마음과 다른 행동>을 감상하며 ‘손가락의 의미는 “너는 틀렸어”라는 것 같으며 주황 친구는 조마조마한 것 같고, 보라 친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고 초록 친구는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마음에는 여러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제 방법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게 생각하기입니다.’라고 글을 남겨주었네요. <뭉크/불안>을 보며 ‘뭉크야 나도 불안할 때가 있어 너는 불안할 때 어떻게 하니’, ‘나는 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 너의 불안, 죽음. 행복에 대해서도 궁금해. 난 너랑 비슷해. 뭉크야,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라며 편지글을 남긴친구도 있었네요.
두 번째 시간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은 ‘지난 주 보다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그림이 너무 좋았다’ ‘친구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수업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소감을 나눠주었는데요. 두 번의 만남으로 아이들의 삶에 변화가 일고 감상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이며 저도 아이들도 모두 예술에 물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 시간 <그림으로 읽는 세상>
시간이 공처럼 굴러가고 아이들과 세 번째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우리의 마음이 서로를 알아본 것인지 아이들은 먼저 반갑게 인사하기도 하고 지난주 예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소곤소곤 나눠주었어요. 자신의 그림을 소개해주는 친구도 있었네요. 많은 친구들이 오늘은 어떤 작품을 보여줄거냐 물어보며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시작 전부터 품어주었습니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 <원무>를 보며 ‘춤추는 것 같다. 벌거벗었다, 하트를 만들었다, 즐거워 보인다’ 등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세 번째 시간쯤 되니 발표를 덜 했던 친구들도 손들기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나눠주었는데요. 작품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틀리지 않다’라는 걸 느낀 것 같아 내심 감사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났습니다. 그림 하나하나 살필 때마다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어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고상우 작가의 <사슴>을 보며 가장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주었는데요. ‘사슴 눈에 새겨진 하트가 나를 지켜달라고 하는 메시지 같다, 작가가 푸른색을 좋아하나보다, 사슴 뿔에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라며 작품을 꼼꼼히 살펴주었네요. <콰야/나의 이야기를 들어봐요>를 보고 지난 시간 <마음과 다른 행동>의 작가임을 단박에 알아채는 아이가 있어 놀랐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콰야의 이름과 작품의 이름을 명확히는 알지는 못했지만 지난 시간 보았던 작품을 이야기하며 작품에 익숙함을 드러냈습니다.
‘15분 예술 에세이’는 같은 그림을 선택한 아이들끼리 앉혀서 글을 썼습니다. 하루 전날 선생님께서 제안해주신 아이디어인데요. 2시간 연달아 진행 되는터라 아이들의 몸도 움직일 겸 같은 작품으로 유대감도 형성하면 좋겠다 싶어 제안해주었네요. 같은 그림을 선택한 친구끼리 모이니 한 그림으로 다양한 생각을 한 부분이 더욱 도드라져보였고 비슷한 생각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채정완 작가의 <모두가 감독>이라는 작품을 선택한 친구는 ‘손흥민이 골 세레머니를 하는 것 같다. 눈에 카메라가 있는 것 같아 조금 무섭다. 저 카메라로 토트넘 영상을 담고 싶다’라며 작품을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떠올려준 친구. 레지나 킴<오버드레스>는 ‘동물들이 안쓰럽다.’ 윤진석의 <내 머릿속 시계들>을 보며 ‘시계가 그 아이가 만난 사람들을 표현했다니 이 친구는 인싸이가 보다’ ‘윤진석 작가님이 추억의 시간을 표현한 시계 그림인가 봐. 나도 시계를 그린다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시리즈를 시계로 그리고 싶다’ 라는 재밌는 글을 남겨 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세 번째 만남을 마무리하며 선생님의 소감을 들어보았는데요. '한 주씩 시간이 채워지면서 친구들의 생각이 커져 가는 게 보여서 좋았습니다. 특히 그림을 보고 집중해서 글을 쓴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몇몇 친구들의 글을 보며 선생님도 놀랄 만큼의 생각이 담겨 있었답니다. 2시간 연장으로 하는 수업이라 조금 힘들 수도 있을텐데, 늠름하게 앉아서 글 쓰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이 기대가 됩니다'라는 소감으로 친구들의 마음에 환한 미소를 새겨주었습니다.
네 번째 시간 <내가 좋아하는 그림>
첫 수업 때 느껴졌던 시린 바람이 물러가고 달큰한 꽃 향기가 머물 때쯤 우리의 수업도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오기 미션을 주었는데요. 한 두명의 친구를 제외하고 많은 친구들이 작품을 오려오거나 출력해 가져왔습니다. 자신이 가져온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생각이 살짝쿵 들뜬 모습들이 느껴졌어요.
각자가 준비해온 작품을 보며 세 번의 시간에 경험했던 생각을 길러 올릴 ’질문해보기‘를 해 보았습니다. 뭘 해야 할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친구들에게 워크북을 살펴보며 참고해보길 권했는데요. 작품과 질문을 번갈아보며 질문 뽐기에 도전했습니다. 한 친구는 자신이 준비한 그림을 보며 네 개의 질문을 마구마구 꺼내주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한 친구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 온 홀로그램 사진을 준비해왔는데요. 사진을 보며 당시의 기분과 마음을 더듬거리며 글을 썼습니다. ‘오페라하우스를 처음 봤을 때 놀랍게도 엄청컸다. 학교 크기만 할 줄 알았는데 학교 두배만큼이나 컸다. 마지막날 떠날 때가 아쉬웠지만 이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라며 스스로의 감정을 살펴주었네요. 기안84의 그림을 준비해온 친구는 ‘이 얼굴들은 다 무슨 감정일까?’라는 질문을 꺼내며 작품에 ‘파란색을 많이 쓰셨는데 파란색을 많이 썼다는 건 이때 너무 외롭고 우울했나 봐. 왜 그랬을까? 내가 만약 그림을 그린다면 밝은 색을 많이 쓸 것 같아. 왜냐하면 난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이 밝거든’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을 담은 글.
김성미 작가의 <곧 도착한다>를 선택한 친구는 ‘저 아기는 자기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 같다. ’라며 기다림이 깃든 아이의 모습을 읽어주었습니다.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를 보며, ‘이 그림을 보니까 사과와 오렌지들이 널브러져 있’다며 풍부해진 표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키스해링 작품에서는 ‘두 사람은 왜 지구 위에서 손을 잡고 있는 것일까? 식목일 때문일까? 답을 찾을수가 없다’라며 물음표에 물음표를 더해주었네요. 에바 알머슨의 작품이 담긴 L파일을 준비해온 친구도 있었습니다.
네 번의 만남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시간. 이별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아이들의 후기가 제 마음을 슬며시 데워주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4학년에도 만나는 거지요!’라며 만남을 기약하는 친구. ‘이제 미술관이 너무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어요, 가족들에게 작품을 소개해주고 싶어요. 친구들이 글쓰기를 이렇게나 잘하는 줄 몰랐어요.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본 것 같아요.’라며 예술과 글쓰기 그리고 만남을 향한 마음이 오롯이 새겨지는 후기들을 남겨주었습니다.
첫 만남은 더디 왔지만 네 번의 만남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네요. 네 번의 수업으로 아이들이 조금은 더 넉넉해진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 뭉클했습니다. 예술을 향유하게 된 아이들의 삶. 그림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들. 세상살이에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멋진 만남 <그림으로 읽고, 마음으로 쓰다> 시간이었습니다.
글 / 아트코치 사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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