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책방 비씨지북스의 <그림의 문장>


읽고 보고 쓰기 좋은 계절이다. 기록 강박이 있는 나는 읽든 보든 좋든 싫든 써둔다. 책을 읽어도 한문장을 찾아 오래 만지고 그 생각을 써둔다. 전시를 보아도 한점을 찾아 오래 머물고 거기에 든 마음을 바로 써둔다. 기억은 쇠퇴하지만 기록은 매일 나아간다.

강의도 그런 방식으로 한다.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내가 해온 향유 방식의 전달과 경험이 중심이다. 지난 여름도 고온다습 속에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한 권의 책으로 남았다. 비씨지북스에서 진행했던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 4회차. 참여자들과 함께 보고 쓴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됐다. (비씨지북스 대표님이 왕고생하셨다.)




그림의 문장. 그림은 큐알로 대신하고, 한명 한명의 문장이 지면 위에 다정하게 자리 잡았다. 글을 읽던 사람들의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울컥 눈물을 터뜨리던 모습부터 담담하게 상처를 꺼내던 모습까지.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깊어지던 우리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진심의 연대였다.

요즘 잘나간다는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읽었다. 이상하다, 예전처럼 심장 팔딱거리는 감흥이 없다. 대신 일반인들이 쓴 요 짧은 문장들에 가슴 먹먹하고 뜨거워지고, 막 마음에 꽃이 폈다 졌다 난리다. 아이들이 쓴 글들은 또 어떻고. 그야말로 살아있는 활자들의 잔치다.

그래서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다. 읽었거든, 보셨거든, 재밌었거든, 혹은 지루했어도, 뭐라도 써보시라고. 순간의 감흥도 중요하지만 휘발되기전 붙잡는다면, 그것은 나를 키우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물론 AI가 다 써주는 시대라지만, 지금이야말로 내가 가진 서사와 서술은 핵심 역량이 될 거라 생각한다. 좋은 기록이 좋은 삶을 만든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 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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