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동 비씨지북스 책방에서 예술감성 수업
책방이 로망인 사람들 많다. 나도 책방!하면 스치는 종이의 질감과 냄새, 순식간에 다정해지는 공기같은 것이 좋아서 오래전부터 늘 책방 주인을 꿈꿨다. 청소년기엔 참고서 사러 가서는 아예 한켠에 자리 잡고 문고판 소설을 읽었다. 주인 아저씨가 어엿비 여겨 작은 의자를 내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근사한 어른이다.
책방 주인의 마음은 그런 것 같다. 느린 시간과 공간을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마음, 한껏 느리게 굴어도 타박하지 않는 마음, 오히려 의자를 내어주고 머물게 하는 마음. 그 마음으로 공간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공간 운영의 괴로움을 잘 알기에 책방을 들를 때면 애틋한 마음이 되곤 했다.
어제 3회차에 걸친 책방 예술 수업이 끝났다. 오류동 비씨지북스는 동네 작은 책방이다. 책방에서 하는 강의가 좋은 건 밀도 높은 연대감과 같은 눈높이 때문이다. 좁은 공간에 함께 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가 참 좋다. 게다가 1회로 끝나지 않기에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스텝을 밟는다. 나의 감상으로부터 우리, 세상으로 이어지는 향유의 확장.
보통 도서관 강의는 노쇼도 많은데, 책방은 출석률이 너무 좋다. 서로 공명하는 시간의 매력에 빠져든달까. 확연히 환해진 얼굴빛, 올라간 목소리톤에 우리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림 한점으로 글을 쓰고 돌아가며 읽었을 뿐이데, 향유 너머 치유란 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너무 누르고 산다.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없는 말이 되어 마음 깊은데 눌려 있다. 그런데 불현듯 그림 한점에 그 마음이 실려나온다. 그림을 본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이 거기 있다. 사람들은 이제 그림이 단순히 그림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림으로 서로의 마음과 살아온 날들과 지향하는 세계를 듣는다. 그러니 그토록 다정한 심사가 될 밖에.
책방에서의 강의는 끝났지만 다음주 갤러리 구루지에서 마지막 과정을 한다. 그동안 정들어서 향유 모임이라도 만들고 싶다. 세상의 모든 동네 책방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