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중학교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 결산
서울 남부교육청과 즐거운예감이 진행하는 예술 수업 중 영남중학교에서 4차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달에 한 번씩 만났지만, 아이들이 서서히 예술에 대해 관심가지고 변해가는 모습이 눈이 띄었습니다.
첫 수업은 아이들에게 예술이라는 것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지요. 도서부로 이뤄진 아이들은 예술 수업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첫 시간에 말하기를 꺼리거나 글을 쓴 후 발표를 주저하던 아이들은 두 번째 시간부터는 “오늘은 뭘 하나요? ” “어떤 그림을 보나요?”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예술 수업은 생활이 예술이 될 수 있고, 나의 삶이 예술이며 그렇기에 예술이 멀리 있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미술관이나 가야 만나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들이 아닌 좀더 익숙하지만, 새롭게 볼 수 있는 그림들이 선택됩니다. 아이들에게 그림 속의 질문들과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알려줍니다. 아이들이 써 내려간 글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아빠를 떠올리기도 하고, 앞으로 나의 미래를 생각하기도 하고, 장애인과 소수자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AI이후 초지능에 대한 열띤 논의가 벌어지는데요. 저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상상력에 감탄했습니다. 결국 감성이 공감과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고, 예술이 가장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1차시에서는 원은희 작가의 <오늘 내가 발견한 기쁨과 감사>에서 한 아이는 오늘 하루 나의 일과를 돌아보았습니다. 학교 오기 위해 일어나 준비한 것들과 예술 수업을 듣는 지금의 기쁨에 대해 글로 적었습니다. 예술 수업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자화상 중 에곤 실레의 <이중 자화상>은 많은 아이들이 글로 적었는데요. 그중 한 아이는 “서로 닭은 듯 안 닮은 모습이 더 시선을 끌고, 이게 둘중 하나의 자화상인지 작가의 두 모습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5분 동안 연필을 굴리며, 고민을 하면서 써내려간 글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차시에서는 최근 전시중인 마우라치오 카텔란의 여러 작품들도 감상했습니다. “앗 이런 것도 예술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예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 아이들 중에는 색연필을 들고와서 글을 다 쓴 후 멋진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윤정원 작가의 <새들오 압니다-사랑받고 있음을>을 아이들은 감동적이라고 감상평을 말해주었습니다.
또한 콰야 작가의 <마음과 다른 행동>도 친구끼리의 우정을 그린 듯하다면서, 싸웠을 때 생각이 난다고 했습니다. 그때 어쩔 줄 몰라했던 자신의 모습같다고. 신정민 작가의 <혹등고래를 탄 아이들>에서 아이들이 어디로 가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 한 아이는 “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자신에게는 집으로 가는 시간이 너무 좋다고 이유를 덧붙여주었답니다.
3차시에는 그림으로 읽는 세상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아이들과 예술이 가진 역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예술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하고 혁신을 이끌어내기도 하니까요. 아이들에게 앤디 워홀의 작품과 뒤샹의 <샘>, 그리고 뱅크시의 여러 작품들을 잠시 소개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윤진석 작가의 <내 머릿속 시계들#5>로 글을 쓴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시계가 거의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이 시간이 의미하는 바를 궁금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미래의 시간을 기대해보았다고 합니다. 채정완 작가의 <모두가 감독>이라는 작품에서 SNS의 피해자들에게 대해 생각한 글도 있었는데요. 이 그림을 보면서 떠올렸다고 합니다. 아이돌이나 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표현된 글이었습니다.
4차시는 이제까지 한 그림 중 한 작품을 선택해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해보았습니다. 다양하게 그림을 선택하면서 마무리 글쓰기를 해보았는데요. 아이들의 글이 1차시에 자신의 주변을 맴돌았다면,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며, 점점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관심도 더 확장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최우 작가의 <내 작은 히어로>를 보면서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 마음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글을 가족들에게 읽어주라고 권했습니다.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4회차 수업을 끝내면서 아이들에게 “예술과 나와의 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너누 가까워졌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예술은 공공재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4차시의 짧은 수업일 수 있지만 아이들 삶에서는 예술이 더 이상 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소설을 정말 재미나게 써서 친구들과 모두 “와”하고 탄성을 질렀답니다.
청소년 수업은 잘하는 아이들에게 편중되지 않다고 고민합니다. 아이들 모두의 글을 들었고, 모두에게 칭찬의 피드백을 했습니다. 목소리가 작아도 글을 적게 써도 “보고 쓴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아이들의 표현행위는 결국 자신을 찾아가고 사회를 들여다보는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봅니다. 작품을 보고 15분간 글을 쓰는 시간이 너무 좋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워크북을 소중히 챙겨가고, 매번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한명도 늦는 아이들도 없이, 늘 일찍 와서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글 / 아트코치 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