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 19회 - 마른내길

김민주 작가와 도시탐험 - 마른내길


서울시 중구의 을지로와 퇴계로 사이에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길이 있다. 이른바 ‘마른내로’. 물길이 말랐다는 뜻이다. 비가 오면 물이 흐르고,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종종 말랐기 때문이다. 마른내를 한자로 표기하면 건천(乾川)이다. 건천동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 한 명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이순신이 1545년에 한성부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건천동이 이제는 인현동이 되었는데 명보아트홀(예전 명보극장) 앞에 가면 길가에 이순신 생가터 표지석이 보인다. 


마른내로는 명동성당과 영락교회 사이의 명동성당교차로에서 시작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있는 광희동사거리까지 이어진다. 중간에는 쌍용그룹 빌딩, 세조의 잠저였던 영희전터, 인현시장, 일본 사신들이 머물던 동평관터, 중구청, 그리고 훈련원공원,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평화시장, 방산시장, 광장시장이 사람들로 붐빈다. 과거 중구의 중심을 흐르던 마른내로는 모두 복개되어 있어 물줄기를 볼 수 없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코스로 길을 걸을까? 우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만나 남산예장공원으로 걸어 간다. 이 공원에는 서울시가 운영하던 교통방송 건물이 있었는데 상암동으로 이전되는 바람에 빈터가 남산예장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남산자락의 예장동은 조선시대에 군사들이 훈련을 하던 곳인데, 구한말 시기에 일본인들이 밀고 들어와 일본공사관을 세우더니 조선총독부까지 자리 잡았다.


박정희 시대에 들어서는 중앙정보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 공원에 이회영기념관이 2021년에 생겼다가 올해 사직동으로 이전되었다. 남산예장공원에서 삼일로를 따라 약간 북진하면 영락교회와 명동성당이 보인다. 마른내로가 본격 시작하는 곳이다. 마른내로는 을지로와 달리 폭이 좁다. 길 옆에 자그마한 가게들이 많아 길이 그리 화려하지도 않다. 1960~70년대 분위기가 난다. 


마른내로를 걷다보면 한때 재계 6위까지 올랐던 쌍용그룹 빌딩이 보인다. 시멘트 기업으로 유명하던 쌍용양회를 모태로 하여 쌍용건설, ㈜쌍용 등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다가 자동차 사업 진출에 실패한 데다 외환위기마저 터지면서 그룹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쌍용양회의 현재 이름은 쌍용C&E다. 근처에 중부경찰서가 있는데 과거 이곳에 조선시대 세조의 잠저였던 영희전이 있었다.






명보사거리에 가면 명보아트홀이 보인다. 예전에 유명했던 명보극장 자리인데, 길가에 이순신생가터 표지석이 놓여 있다. 역사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생가터의 정확한 위치가 규명되었는데, 이 표지석에서 좁은 골목으로 5분 정도 더 들어가야 진짜 생가터가 나온다. 현재 신도빌딩이 바로 그곳이다. 이순신이 충남 아산 출생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곳은 외갓집이다.


마른내로 따라 좀 더 걸으면 덕수중학교 정문 앞에 동평관터 표지석이 보인다. 조선시대에 외국에서 사신이 오면 나라에 따라 숙박 장소가 달랐다. 중국 사신은 태평관에, 여진족은 북평관에, 왜 사신은 동평관에서 머물렀다. 이 동평관이 바로 덕수중학교 정문 앞에 있었다. 부근에 일본인들이 상당 수 살고 있어서 구한말에 남산의 북변 자락에 일본 공사관을 세웠다. 


중구청 별관의 옥외 게시판에는 한성의 옛지도와 현재 지도가 있어서 중구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기에 좋다. 근처에 호젓한 묵정어린이공원이 있어서 벤치에 앉아서 쉬기에 좋다. 코너에 함흥냉면 전문 오장동흥남집이 눈에 띄는데 오랜 노포처럼 보인다. 상당히 큰 중부건어물 전문시장의 가운데 길을 걸으면 시장 내음을 흠뻑 맡을 수 있다.






마른내로에서 을지로 쪽으로 틀면 훈련원공원이 나온다. 조선시대 장병들의 훈련지였는데 이곳에 고려시대 장군 윤관의 동상이 우뚝 서있다. 1107~8년에 함경도 지역의 여진족을 물리치고 동북9성을 세웠던 윤관의 동상은 처음에 서소문공원에 있었는데 이 공원이 크게 재조성되면서 이곳 훈련원공원으로 재배치되었다. 

 

훈련원공원 근처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동란 당시 북유럽 3개국(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이 의료 지원을 해주었는데 전후에도 의료서비스를 계속 해주기 위해 1958년에 국립의료원이 건립되었다. 초기에는 메디컬 센터로 불렸다가 지금은 국립중앙의료원 명칭을 쓰고 있다. 이 의료기관의 역사를 알려면 관내의 스칸디나비아 기념관을 둘러보면 된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나오면 청계천 주변에 방산시장과 광장시장이 널찍하게 보인다. 시장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두산그룹의 창업자인 박승직을 비롯한 상업자본가 26인이 1905년에 만든 주식회사가 바로 광장시장이다. 요즘 광장시장은 음식으로 매우 유명해져서 한번 들르지 않을 수 없다. 동대문 시장은 그저 단일한 모습이 아니다. 크고 작은 시장들로 저만의 스토리를 지닌 채 꽉꽉 채워져 있다.






걷는 코스 :

남산예장공원 ~ 영락교회 ~ 마른내로 ~ 쌍용그룹 빌딩 ~ 영희전터 ~ 이순신생가터(신도빌딩) ~ 동평관터(덕수중학교) ~ 훈련원공원 ~ 국립중앙의료원(스칸디나비아기념관) ~ 방산시장 ~ 광장시장



행사 일정 

일시 : 9월 28일(토) 오전 9시 30분 ~ 12시

장소 :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

인원 : 20명 내외

금액 : 25,000원

기타 : 무선 가이드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문의 : 이메일(master@artwith.kr) 



가이드 – 김민주 

서울대학교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은행, SK그룹을 거쳐 컨설팅사 리드앤리더 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다크 투어》 《시티노믹스》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나는 도서관에서 교양을 읽는다》, 옮긴 책으로는 《깨진 유리창 법칙》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등이 있다. 올해 《세계를 이끈 미국 대통령》이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