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첫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
하필 눈이 펑펑 왔다. 강의하러 갈 때는 복장 단정, 구두 차림을 기본으로 하지만 눈에는 운동화지. 중요한 것은 미끄러지지 않는 몸이니까.☺
예술 강의를 요청하거나 등록하는 분들은 일단 모두 진짜 탁월하다. 눈 밝고 몸이 잰 분들이 금세 알아보고 행동한다. 요즘처럼 가성비 따지는 시대에 어쩌면 예술은 세상 쓸데없는 장르라 여길 수 있다. 나는 원체 게으르고 느긋한 이라 빨리 빨리 이런 맘이 그닥 없으므로 사업으로 즐거운 예감을 시작하면서도 마인드는 느리게 걷는 미술관😅 같았다. 함께 일하는 분들은 조급할지 모른다. 그런데 살아보니 마음 먼저 앞서가서 되는 일은 없더라고. 그저 차근차근 순리대로 스미고 번져야지.
기업에서 요청은 처음이었다. 긴장됐지만, 이내 맘을 바꿨다. 탁월한 기업일 것이다. 직원 연수 프로그램을 예술, 감성으로 잡은 것부터가 남다른 것이다. 운동화 차림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히 맞춤 프로그램이 아니라 늘 하던대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준 바로 그것을 하면 되겠다. 왜냐하면 기업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야하니까.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해야 하니까. 조직 구성원끼리 그걸 연습하고 깨우치면 분명 사고는 확장되어 고객 감동의 동력이 될테니까. 똑똑한 사람들이니 자극과 계기만 주어지면 통찰해 낼 것이라 믿었다.
ㅡ 예술엔 문외한이예요, 우리 다...
한창 일할 때고 마음의 여유도 없을 때니 당연했다. 솔직히 내 SNS는 온통 좋은 글과 그림, 음악, 사진 등 예술로 넘쳐난다. 나의 취향과 선택에 의한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아주 잘 향유하고 있구나 착각되기도 하는데, 실제 사람들을 만나보면 거의 대체로 저 얘기부터 한다. 예술 잘 몰라요, 시간도 없고요, 무식해서 어쩌죠.
우리 모두 그렇다. 이런 일 저런 일 하다보면 시간 당연히 없고, 쉬는 날 아무것도 안하고 싶고, 미술관 가거나 음악회 가는 건 좀 젠체하는 이들의 고상한 척하는 취미쯤으로 여기기 쉽다. 그럴 수 있는 것이 향유자들 중엔 예술을 어떤 특별한 교양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지식을 강조하고 나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도구로 생각하고. 하지만 나는 꼭 예술적 취향이 있어야 교양인이라 생각지 않는다. 말그대로 예술은 추앙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평생 산골에서 농사만 지은 분들이나 하루 종일 노동으로 사는 분들에게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그분들의 삶이야말로 예술보다 숭고한 것이라 믿는다.
기업이라는 조직도 그렇다. 조직 속에서 한 개인은 대체될 수 있는 자원으로 인식되기 쉽다. 직급이 만들어 놓은 위계 속에서 수평적 대화, 진정한 소통은 요원할 것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좋은 매개가 있다면!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예술의 질문이다. 먼저 그림에 다가가는 방식 쫄지 마세요!로 내 안의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그림들을 보며 내 안의 심상을 자극하고, 3분 응시와 15분 기록을 통해 내 안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보고서를 쓰는 것 외에 다른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로를 놀래키고 뜨끔하게 하고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나왔다. 글 속에 자기의 지금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술자리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깊은 이야기라고도 했다. 잠깐이지만 그림 한 점 앞에 수평적 관계가 이뤄졌고 서로에게 깊이 공감했고 있는 그대로의 나와 우리를 수용하는 시간이 됐다. 처음의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쭈뼛거림은 모두가 쳐주는 박수와 공감으로 다정하게 치유됐다. 똑같은 그림을 보고 썼는데도 모두 다르다. 달라서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만큼 시야가 확장되는 것이다. 예술 앞에 경직되었던 표정들이 환해졌고, 서로를 향하는 눈빛도 한층 따뜻했다.
이제 꽤 많은 분들이 예술을 삶에 들여서 달라진 점들을 얘기해준다. 얼굴빛은 환하고 미소가 가득한 채. 내가 뭘 잘해서가 아니다. 이미 탁월한 분들이고 예술을 통해 그것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이다. 예술은 거들 뿐, 우리는 삶 속에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
글 / 임지영
#그림과글이만나는예술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