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 신입사원 감성교육


롯데 시그니엘 76층 룸. 금융 기업의 신입 직원 연수 특강. 참 신기하다. 예술 강의라 예술 관련 기업이 관심이 많을 줄 알았는데 계속 금융권 요청이 이어진다. 가장 차가운 곳에서 가장 따뜻한 걸 찾는걸까. 이성이 지배하는 곳에서 감성을 배우자는 것이다. 올해초 신한은행 연수후 '감성도 역량입니다'라는 글을 썼었는데, 예술 수업은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깨닫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입 직원들은 밝았다. 좋은 직장은 성공의 대열에 빠르게 진입했음을 의미하니 설렘이 느껴졌다. 하지만 조직이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잠깐이다. 이 거대한 사회에서 잘 살아가려면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 안에서 기쁨을 캐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나에 대해 더 깊숙이 들어가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나에게 가는 길을 잘 모른다. 때로 그것은 불편하므로 굳이 알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던 카텔란 전시나 키아프/프리즈에 다녀온 사람은 예상대로 없었다. 사회 전체가 예술로 들썩이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님은 먼 곳에. 예술을 어떻게 누리고 활용해야 하는지 우리는 대체로 모른다. 유능한 젊은 직원들도 몰랐다. 그래서 비오는 흐린 아침, 다 함께 아이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보자고, 그 마음을 써보자고,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마이크를 넘겼을 뿐이다. 


"저희 동기들이 거의 내향성이 많아요. 그래서 서로 표현도 잘 안하고, 비슷하게 답답하다 생각했는데, 오늘 전부 마음을 표현해줘서 놀랐어요."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요! 그림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재밌었어요."

"그림을 앞으로는 오래 들여다볼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고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처음보다 눈과 귀가 한껏 밝아진 모습이다. 동기들의 글에 귀기울이고 거기에 담긴 마음을 읽고 서로 진짜 팀을 이룬 모습. 예술이 그 어려운 공감과 존중을 단번에 해낸 것이다. 어여쁜 직원 하나가 글에 이렇게 썼다. 


"시그니엘 76층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를 본다. 이 곳은 화장실도 너무 좋아서 거울에 비친 나에게 말했다. 너 출세했어! 지금껏 살면서 기쁨을 너무 먼데서 찾은 것 같다. 오늘처럼 가까이에서 찾아야겠다."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