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어쓰기는 시인과 대화하기다


시는 어렵다고 오해되고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다며 외면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그림과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와 그림, 둘 다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응축과 함축미를 보여준다는 것도 그래요. 표현하는 장르가 다를 뿐 시와 그림은 어깨동무한 친구 같습니다. 그래선지 전 그림도 시도 참 좋아합니다.

지성을 좋아해 굳이 어려운 것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감각을 좋아해 부러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다닌다고 할 수 있어요. 너무 각박하고 재미없는 세상이잖아요. 우리 삶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고요. 전 주장합니다. 늘 하던대로만 하면서 재미있기를 바라면 안된다고요. 안하던 짓 많이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요. 

특별한 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은평구의 한평 책방에서 열린 이문재 선생님의 특강이었는데요. 시 창작 이론이나 문학 이야기는 하지 않고, 프린트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즈막히 읽고 음미하게 하고, 시 이어쓰기를 하라고 하셨어요. 네? 이어쓰기요? 시를 쓰라고요? 사람들은 어리둥절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저 마음가는대로 쓰면 그게 시라고 하셨어요. 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의 마음이 중요한 거라고요. 다짜고짜 시를 받아들고 마음으로 느껴보았습니다. 잠시 시공간이 아득하게 먼 데로 갔어요. 


장편(掌篇)2 /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너무 슬픈 시였습니다. 시대를 건너 간 마음이 어린 소녀 앞에 머무릅니다. 일찍 철들어버린 조그만 소녀의 꾀죄죄한 머리를 어루만집니다. 하지만 소녀는 드물게 맑은 눈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들여다보자 이런 시가 이어 써졌습니다. 


국밥 두 그릇 사람은 셋
어린 소녀는 수저 세벌을 당당하게 놓았다.
어버이가 후루룩 국밥을 마시는 동안
소녀는 자기 그릇엔 찬물을 따랐다
깍두기를 크게 씹으며
고 어린 인생을 후루룩 후루룩 마셨다. 


아주 잠깐 동안의 시 이어쓰기였는데, 마음이 깊어지고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탁한 마음에 시를 처방한 듯 마음 한 켠 밝아지는 느낌도 확연했고요. 시가 좋은 줄은 알았지만 실제 시 몇줄 써보는 일이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 일인가 무척 놀라웠습니다. 다른 분들의 시들 또한 조금 다른 관점과 감상이어서 더욱 의미있고 재미 있었어요. 똑같은 시를 읽고 이어 썼는데도 우리의 시는 각각 고유한 인생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라고 말하지만 그야말로 즉흥 감각을 표현한 문장 몇 줄입니다. 불과 몇분 동안 쓴 짧은 문장에도 분명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왜냐면 시는 그 자체로 너무 좋은 자극이기 때문입니다. 질 좋은 자극에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연년생 / 박준 

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하고 울며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동생 지호는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처음에는 어? 하게 되는 시였습니다. 그러다가 아!하게 되는 시죠. 전 다시 시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서 엄마 잃은 연년생을 만나보았어요. 


형 지훈이는 같이 가 같이 가 울었고
동생 지호는 가지 마 가지 마 울었다
같이 갈까 무서웠고
가지 않아도 무서웠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밤이었다 


시 이어쓰기, 그림으로 글쓰기처럼 단순한데 깊이 슥, 마음을 파고 듭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상호 작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을 그냥 박제 된 형상으로만 보지 않고, 완성 된 개념으로만 생각지 않고, 우리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만들어 제2의 창작으로 재구성하여 고유한 나의 것으로 체화되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향유 아닐까 싶고요. 시도 그림도 우리 삶의 너무 좋은 매개이고 컨텐츠입니다. 어렵지 않아요, 멀리 있지 않고요. 다가오세요. 우리 삶 곳곳에 예술이 숨어 있습니다.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