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힘, 답십리초 감성 수업을 마치며


우리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요? 가끔 미술관에 들르거나 음악회에 갔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아마도 어색함일거예요. 낯설음과 불편함도 팔짱껴올테고요. 친하지 않은 부잣집 친구집에 초대된 아이처럼 어정쩡한 느낌으로 그 곳에 있는 나. 예술의 향연이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워도 있는 자리가 편치 않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향유는 내가 주인공인 자리에서 능동적으로 일어나는 삶의 감흥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예술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합니다. 사람들은 굳이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쓰지 않아요. 퍽 오랜 세월,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려고 애써왔는데요. 다양한 강좌들을 기획, 주관했는데 그 때는 주로 예술을 학문으로 배우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예술의 기원과 역사 등 지식을 기반으로 한 강의들이었죠.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내용들이었지만, 예술은 그냥 공부에 머물렀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기를 어색해하고, 나는 예술 몰라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데, 예술을 '모른다'는 말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예술은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 우선하거든요. 그러므로 알고 모르고 보다는 무엇을 느끼는지 나의 감각에 집중해야죠. 바로 그 감각 훈련이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의 핵심입니다. 10년 동안 해온 수많은 예술 기획 끝에 결국 제가 예술을 누리는 방식, 즐기는 태도를 '3분 응시, 15분 기록'이라는 콘텐츠로 만든거죠.

가장 쉽고 단순하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예술 향유 교육인 셈입니다.​ 사실 우리는 배운 적이 없어요. 음악을 듣고 어떻게 반응하면 되는지, 그림을 보고 무엇을 감각하면 되는지, 책을 읽고 어떤 걸 새겨두면 좋은지. 구체적인 향유의 방식을 보고 배우지 못했습니다.

예술이 인간 정신의 가장 최고의 표현이라고 하는데, 무식한 나는 그냥 대중 가요 정도가 좋고, 유명하다는 전시 1년에 두어번 친구따라 가보고,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 몇권 읽으면 됐지 뭐, 예술은 무슨, 이렇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요? 사는 데 예술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젠 체하는 이들이 고상떠는 거 아니겠어? 이렇게 오해하고 있진 않은가요?





지난 한달, 답십리초 2,3,4학년 아이들과 예술 수업을 했습니다. 10명의 아트코치들과 함께 한 4회차에 걸친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 아이들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단 4회만에 우리는 아이들과 사랑에 빠졌어요.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며 점점 더 밝아지고 자유로워지는 아이들. 그림 한 점으로 글을 쓰며 재미 속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한명 한명 칭찬하고 격려하며 웃고 놀라고 감동했던 시간. 무엇보다 너무 조용하거나 조금 삐딱했던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변화했습니다. 


아마도 처음으로 나의 생각이, 나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수용되는 경험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림을 통해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각자 찾아내고 그것이 온전히 인정되고 존중 받았으니까요. 예술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경청과 공감입니다. 글의 발표를 들어주는 것은 그 자체로 서로를 인정해주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진행자의 긍정 피드백. 사람의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우리는 이 시간에 언어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아이들의 삐뚤빼뚤 눌러쓴 글 몇 줄에도 내가 하고 싶은 한마디는 반드시 들어있어요.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맞춤법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 아이의 마음이 들어있는 한단어를 알아채면 됩니다. 바로 그 마음을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면 되는거고요. 글을 잘 써서 멋져!라는 조건부 칭찬이 아닌, 글에 담긴 마음에 엄지척!해주는 존재 자체의 칭찬. 아이들은 바로 그 진심의 칭찬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예술을 통해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도 이 경험으로 자존감을 찾고 삶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사람 안변한다는 말, 저는 믿지 않아요. 예술로 성장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까요.​ 물론 예술이 이토록 대단하다고, 훌륭하다고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술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를, 경직이 말랑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아이들도 신나게 뛰노는 우리들의 광장이란 걸 알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 광장에 내가 중심이고 주인공이라는 걸 체득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아무리 위대한 예술도 듣고 보고 읽는 나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요. 자유로운 향유의 주체가 되면 두려울 게 없어요. 내 삶의 모든 요소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그게 무엇이든 억압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제가 맡았던 3학년 7반, 열살 아이들도 알게 됐습니다. 예술이 얼마나 쉽고 가깝고 재밌는지, 그리고 예술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요. 예술을 향유하면 인생이 재밌어집니다.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요. 우리 사회, 나아가 세상에 대한 유연한 시선과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예술이라는 매개를 잘만 쓴다면 우리에게 정말 정말 유용한 도구가 될거예요. 예술 감성 교육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