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중학교 <그림글 예술수업> 강연회 후기


딸은 중2때 좀 무서웠다. 툭하면 눈을 세모나게 뜨고서 왜? 뭐! 이런 식. 말 꼬투리 잡기 일쑤에 삐딱하게 굴더니 그 시기가 지나가자 흑역사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2. 어리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귀엽다 소리도 못 듣고 다 컸다 소리도 못 듣는, 애매해서 답답하고 어중간해서 억울한 시기. 그래서 중2를 만나러 오는 시간이 좀 걱정도 됐다. 그것도 중2 남학생들 120명.

경주 중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왔는데, 처음에는 너무 멀고, 게다가 남중2라니 살짝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책을 다 샀다고 하지 뭔가! (WOW😁) 하하 버선발로 뛰어가야지요. 강당에 남학생들이 왁자지껄 빼곡하다. 손에 책들을 다 들고 있는데, 완전 감동의 물결. 그래도 무서운 중2니까 정신 바짝 차렸다. 선생님들도 다 같이 계셔서 그런지 아이들은 생각보다 점잖았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 그림 이야기, 집중해서 듣고, 나눠준 워크북 중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15분 글쓰기도 열심히 참여했다. 인원이 너무 많아 손드는 친구들만 발표를 했는데… 중2 남학생들이 제일 많이 고른 그림은 윤정원 작가의 이 그림이다. 너무 놀랍고 또 가슴 찡한 글들이 쏟아졌다. 위로를 주제로 씌여진 글들이 많았고, 한 친구의 이런 내용의 글을 듣고는 교감 선생님은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하셨다.




ㅡ 내가 듣고 싶은 말, 시험 잘 봤니, 레벨 올랐니, 왜 그렇게 못했니, 더더 노력해라가 아니라, 서로 방문 쾅 닫고 들어가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가만히 안아주며 수고했어 오늘도.ㅡ 

중2에 대한 생각은 오해였다. 그림을 통해 그 친구들이 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어떤 건지 다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고 사랑받고 싶어했으며 마음을 나누고 싶어했다. 오늘 가장 기뻐서 춤출 뻔 했던 일은 아이들이 퍽 많이 책을 읽었다는 것인데, 중2들이 싸인 받겠다고 줄선 걸 보고 감동 오만배. 

ㅡ 처음엔 그림, 글, 예술 글자만 보고 좀 지루할 것 같았는데요. 읽기 시작하니 술술 막 재밌게 읽혔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ㅡ 저, 엄마 이름으로 써주세요. 엄마랑 같이 읽었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세요. 힘내세요! 라고 써주세요. 


아, 이 사랑스런 중2들 같으니라고! 물론 내 촉촉해진 눈빛에 아주 가끔 봐야 그렇죠! 현실 선생님의 싱긋. 늘 느끼지만 그림도, 세상도 딱 자기 경험과 지금 마음 상태로 본다. 중2들은 우리들의 사랑과 격려, 위로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 마음안에도 중2 하나씩 다 키우고 있지 않느냐며.ㅎㅎ 지금 서울로 갑니다.☺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