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공예 비엔날레 전시연계 수업 후기


소리와 향만큼 강력한 자극 기제가 또 있을까. 적어도 내겐 그렇다. 특정한 어떤 순간에 맞닥뜨린 소리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나 특별한 어느 장소나 사람의 향은 그대로 아로새겨지기도 해. 사랑도 냄새로 시작하는 사람들 많을걸. 그 사람에게 나는 냄새를 좋아하면 사랑에 빠진다에 오백원. 


청주 공예 비엔날레 마지막 강의를 마쳤다. 일찍 와서 국립현대미술관과 비엔날레를 다시 둘러봤다. 직지관에 흡족할만큼 오래 있었다. 그 곳에서 은은히 퍼지는 먹향, 슥슥 탁탁 먹 만드는 소리… 모든 자극들이 세포를 정성껏 두드려 깨우는 것만 같았다. 영상 앞에 한동안 서서 온몸으로 자극을 받아들였다. 코의 점막에 먹향이 배었다. 달팽이관에 시간의 소리가 앉았다. 그 둘이 얼크러설크러 기억을 만들어 심장을 둥둥 울려줬다. 


새로운 자극은 심장을 뛰게 한다. 나이 들어 심장이 두근거릴 일 좀처럼 없는데, 정우성보다 예술이 낫네. 나는 시간의 집적을 무척 좋아한다. 한자리에 오래 있거나 한가지를 오래 하는 것. 그래서 나온 모든 결과에는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사는 내내 먹과 벼루, 붓을 만들어 온 장인들. 그들의 무심한 얼굴을 오래 보고 서있으려니 예술이 추구한다는 숭고미를 불현듯 찾아버렸지 뭔가.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처음 시도한 전시 연계 특별 교육 프로그램이어서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 금요일 2시라는 악조건의 시간에도 (쉬고 싶거나, 차가 막히거나) 올 사람들은 꼭 온다. 지난번 학교 선생님들은 조퇴를 하고 오셨고, 오늘도 소중한 연차까지 쓰고 온 분도 있었다. 그래서 이 예술 수업엔 실패가 없다. 이미 오는 분들이 특별하니 예술이라는 자극이 들어가는 순간, 저마다의 꽃이 화라락 피어난다.


오늘의 장원은 초등 2학년생. 염원을 쌓다라는 작품을 보고 이렇게 썼다. 

"항아리 속에 들어간다면 어둠 속에 갇힌 것 같겠지. 마음이 힘들고 괴로우면 항아리 뚜껑이 닫혀버린 것 같겠지. 하지만 지혜로우면 뚜껑을 열어 곧 환해지겠지. 힘들때도 슬플때도 지혜롭게 생각하자." 


성인들 중 누구도 그림 속으로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 아이는 단번에 향유를 해낸다. 아주 큰 박수와 감탄을 받은 아이는 잊지 못할 기억을 하나 새겼을거야. 모두에게 직지관의 향과 소리 전시를 강력 추천했다. 늘 다니는 전시, 비슷한 일상 속에서 이 강렬한 기억이 또렷하게 남기를 바라므로. 이 예술 자극이 각인되어 두고두고 예술은 재밌는 것이라고 참 좋은 것이라고 다시 가서 자꾸 가서 생의 향유를 만들어내자고 세상의 모든 미술관이 북적거리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이다.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