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나무를 키우는 일


퍽 오래 그림으로 글을 써왔다. 텅 빈 갤러리에서 딱히 할 일도 없었거니와. 온갖 예술 강의를 들으러도 다녔다. 국현, 서울시립, 예당부터 리움, 서울대까지 열심히도 쫓아다녔다. 듣고 보고 읽은 걸 남기고 싶어서 매일 글을 썼다. 지루한 일상 중 반짝 스치는 좋은 생각들이 휘발되는 게 아까워서. 그걸 붙잡는 유일한 길은 그때의 기록이므로.

책을 내거나 그런 욕심조차 아예 없었다. 쓰는 일은 오직 나를 위한 리추얼, 나약한 내 삶의 나무를 키우는 일이어서 때로 뿌리같고 줄기같고 잎사귀같은 문장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은 어느 날 뚝딱 생겨난 콘텐츠가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길어올려진 셈이다. 처음에 '3분 응시 15분 기록'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프랜차이즈를 할 뻔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전 대표가 가능성 충분하다며 주도적으로 리드해주셨고. 4개월 엄청 빡쎄게 달리다 드롭했다. 단 4회기의 교육으로 나와 똑같이 수업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해서.ㅎㅎ





교육은 느리고 오래 걸린다. 어쩌면 우리 삶이란 평생에 걸쳐 배우는 일 아닌가. 하여 우리 예술 교육자(아트코치)들도 부단히 역량 강화 교육을 한다. 100일 향유 필사도, 피드백 트레이닝도, 반복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내가 예술 수업으로 공교육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을 가졌을 때, 프랜차이즈 대표님이 비웃었다. 돈도 안되고 힘들기만 할걸요! 그건 맞았다. 그런데 보람과 기쁨과 감동은 몰랐던 거다. 시큰둥했던 아이들이 그림을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자기 마음을 말하고 친구 얘기에 귀기울이고, 이 수업 너무너무 좋아요! 계속하고 싶어요! 긍정 피드백으로 얼굴빛이 달라지고 성장할 때의 희열을.

마침내 서초구 5개 학교에서 예술 감성 교육이 시작된다. 오늘 동작관악교육청에서도 관내 선생님들께 브리핑을 했고, 퍽 많이 신청해주셨다. 공교육으로 들어가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들의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그 빚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수업으로 갚아가야지. 더 정성스런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지.

때마침 공저 두 권이 출간 막바지다. 이벤트도 많은데, 나는 신나서 돌아다니다 봄감기에 걸렸네. 세상 모든 일들이 겪을 건 겪고 거칠 일은 거쳐간다. 중요한 건 나의 지향과 태도다. 느리고 힘들어도, 한걸음한걸음 오래 함께 걸어가야지.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