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 "창의성은 위험하다"?


읽는 자에서 쓰는 자로, 듣는 삶에서 말하는 삶으로 이동하며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훨씬 감각이 뾰족해졌달까. 수동태에서 능동태로 바뀌다보니 모든 현상에 사유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책을 읽어도 통찰의 문단을 골라내고, 전시를 봐도 영감의 작품을 찾아내며, 일상에서도 감흥을 만들어내는데 능해졌다. 모든 것들이 글과 말의 소재가 됐다. 


감각은 연습이다. 연습하면 감각 세포들이 깨어나 활발발해진다. 그러면 작은 데서도 재미를 찾고 사소한데서 의미를 만들며 쉽게 행복해진다. 강의에서도 주로 전하는 메시지는 예술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를 감각하는 '나'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것. 


최근 딱 하나, 아쉬웠던 것이 배움이었다. 한때 도서관과 미술관 프로그램 섭렵자였는데,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며 자극의 계기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그동안 기관에서 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저절로 콘텐츠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됐다. 내용이 좋아도 너무 지루하거나 진부한 방식이 많았다. 


조금 더 재밌게 만들 순 없을까. 조금 더 참여하게 할 순 없나. ​그러고 보니 지금 예술 교육자가 된 건 피교육자로서의 불만과 불편에서 말미암았다. 왜 자꾸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 왜 사람들이 대답하지 못할 걸 질문하지. ​지식 위주의 고압적인 예술 강좌에 질리기도 했다. 


세화 미술관, <논알고리즘 챌린지> 전시 프로그램으로 김영하 작가의 강연이 눈에 띄었다. 마침 토요일이라 예약해놓고 기다렸다. 정말 오랜만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강의를 듣는 일. 씨네큐브가 꽉 찼다. 역시 김영하 작가는 지루할 새 없이 인공 지능 시대의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




첫 도입에 인공지능 시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으로 '창의성, 창의성'하는데, 과연 창의성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건가요? 그걸로 탁월해질 수 있을까요? 갸우뚱하며 반전의 화두를 던진다. 인공지능도 창작을 하고 모든게 대체 가능해진다며, 살아남는 직업으론 가사도우미나 배관공이 아니겠냐며. 

창의성은 위험하다고 했다. 남들이 안하는 짓을 하고 안가는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 새롭고 신선하지만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깊이 공감한다. 소위 도른자들은 안광이 번뜩이나 가시밭길 헤맬 일도 많다. 요즘 국고 제안서 가시밭길 아야아야, 걷는 나처럼.😆 


그럼에도 김영하 작가는 모든 사람이 창의적일 필요는 없으나, 삶을 재밌고 의미있게 만들려면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ㅎㅎ) 'AI의 창작물도 예술인가?'에 대한 답으로는 예술은 단순 작업물이 아니라 한 작가에 대한, 한 인간의 삶과 이야기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는 게 아니겠냐고 명쾌하게 답했다. 그리고, 창의성 기르는 연습 방법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연습 방법 재밌다. 예교리 수업 때 써먹어야지!)

세화 미술관 <논알고리즘 챌린지> 전시는 기획의 진수를 보여준다. 작년부터 기획전으로 이어오고 있는데, 우리에게 사유거리를 정말 많이 던져준다. 인공지능 앞에 불안하고 무력해진 우리, 알고리즘에 나도 모르게 지배당하는 일상,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참여 작가들의 첨예한 문제 의식과 그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예술 작업이 때로 서늘하고 또 따뜻하다. 


대체로 기술로 구현된 작품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궁극의 인류애, 스킨십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작품이 많았던 것도 디지털 안에 갇힌 감각을 깨우는 방식으로 탁월했다.


오늘의 모든 순간이 좋았다. 뇌세포들이 콩알탄 터지듯 개나리 망울 터지듯 개화되는 기분. 그래, 이런 자극을 좋아해서 내내 경험 중독자의 길을 걸었지. 감흥을 적느라 저녁도 못먹었네. 그래도 마음이 기쁨으로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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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