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평택 대안공간 루트에서 개최된 정은희 작가(예교리 고급 2기)의 8번째 개인전을 다녀왔다. 정 작가는 20여 년 동안 한지를 가지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한지를 겹겹이 쌓아 질감을 표현하는 줌치* 작업을 하는 한국에서 몇 안되는 작가이다.
질감과 색깔이 따뜻하다. 어릴적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이불이 떠올랐다. 방이 차가우니 온돌의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요*와 이불은 겨울 내내 방안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위에서 나는 동생과 함께 장난을 치며 겨울을 보냈다. 엄마의 꾸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줌치로 하는 한지 작업은 시간의 축적을 느낄 수 있어 세월이 배여 있다. 그 속에는 우리의 더불어 살아온 정과 삶의 고달픔이 녹아있다. 이 번 작업은 그 온기를 느끼는 '한지의 손맛'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아울러 제대로 된 미술관이 드문 평택에서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갤러리 루트는 한지 작품을 전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나무로 된 지붕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된 공간은 한지의 색깔과 그대로 어우러져 엣 골목길에서 띠놀던 기억을 소환하였다. 앞으로도 우리의 정서와 삶을 담아내는 줌치로 이어지는 한지 작가로서 정은희 선생님의 발전과 성취를 기대한다.
* 줌치 - '줌치'는 '주머니'의 옛말로 주로 경상도 등 일부 지역 방언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는 점차 사라져가는 단어입니다. 또한, 한지 공예 등에서 특별한 재질로 만든 주머니 형태의 용기나, 판소리 <수궁가>의 '의사줌치'처럼 소망을 들어주는 상징적 주머니로도 쓰입니다.
** 요 : '이부자리에서 아래에 까는 물건'을 가리킵니다. 이불에서 말하는 '요'는 ‘敍(펼 요)’ 같은 한자가 아니라, 純한 우리말입니다. 한자어가 아니라 고유어이죠. 즉, 이불은 덮는 것, 요는 까는 것입니다.
글/사진 - 아트코치 여문환 (예교리 고급 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