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사고와 시야를 넓히는 기회의 창이다. 세계적인 철학자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논평한 체 게바라는 중남미 각지를 여행하며 제국주의가 초래한 왜곡된 사회현실에 공감했기에 혁명가의 길을 선택하였다. 17∼18세기 영국 귀족가문의 자제였던 존 로크나 애덤 스미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일주하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에 참여해 정치경제학의 태두로 성장하는 인생지성을 획득하였다.
여행의 목적은 학생, 선생, 작가, 기자, 피디, 주부, 직장인, 은퇴자 등 떠나는 사람의 직업에 따라 달라진다. 여행을 활용한 글쓰기는 저자가 전공한 사회과학보다 인문학이나 예술학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스 철학기행, 중국 한시기행, 북인도 종교기행, 동유럽 음악기행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여행하며 체험 소설을 출간한 무라카미 하루키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객주’를 집필한 김주영도 유사한 경우이다. 하지만 자신이 정립한 굿거버넌스를 전파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한 공자는 사회과학자의 전형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우리를 몰입시키는 매력이 있다. 여행은 지루하거나 복잡한 일상에서 탈피해 새로운 자극과 진정한 휴식을 선사한다. 하지만 여행이 제공하는 창의적 발상과 충분한 힐링은 각자의 역량이나 준비에 따라 달라진다. 예술가나 공학자들이 여행을 통해 작품이나 제품을 창출하듯이 사회과학자도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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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18세기 전 유럽에서 유행한 그랜드 투어는 유럽의 어린 귀족 자제들이 외국어와 외교술, 세련된 매너와 고급 취향을 기르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을 여행한 최초의 '교육 여행'이다. 평균 2~3년 동안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대륙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는, 국경을 넘나든 다양한 인적 교류와 예술·사상의 전파를 통해 유럽 최고 지성과 예술가 들을 탄생시키며 근대 유럽을 만드는 초석을 놓았다.
그랜드 투어는 유럽을 뒤흔들던 종교 갈등이 누그러진 17세기 후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가 찾아온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로 대표되는 대학 교육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자, 영국의 상류층들은 어린 자식들을 유럽 대륙으로 보내 외국어와 세련된 취향을 배우며 경험을 쌓게 했다. 이 여행은 귀족뿐 아니라 토머스 홉스와 애덤 스미스, 볼테르, 괴테 등 유럽 최고의 지성들도 동참하며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교육을 위한 여행’을 표방한 그랜드 투어를 오늘날의 유학, 조기유학, 어학연수, 그리고 해외 여행의 시발점으로서 조망한다. 특히 그랜드 투어 열풍이 일었던 18세기 유럽에서 어린 자녀를 해외로 보내는 일의 득과 실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이 ‘교육 여행’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해외 유학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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