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가림막에 오픈 에어 뮤지엄


공사장 가림막은 원래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임시 시설물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도시의 경관을 해치고, 공사 기간 동안 주민들에게 답답함과 단절감을 주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동대문구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공사장 가림막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안전시설이라는 본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그 표면을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담는 캔버스로 활용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동대문구가 새롭게 도입한 '동대문구 갤러리'는 가림막에 단순한 장식 이미지를 붙이는 수준이 아닙니다.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의 참여를 함께 담아내는 도시 브랜딩 프로젝트입니다. 디자인에는 서울약령시, 전농동 지식의 꽃밭 등 동대문구를 상징하는 장소와 정책을 반영하고, 동시에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과 초등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함께 전시하여 도시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거리 갤러리 안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 작가들의 참여 방식입니다.

동대문구는 동대문구 미술협회 회원들의 작품을 공사장 가림막에 전시하도록 하여, 기존에는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작품을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끌어냈습니다. 여기에 초등학생들의 작품까지 함께 전시함으로써 전문 예술과 생활예술이 공존하는 열린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예술을 특정 공간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만나는 생활문화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사업은 도시디자인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공사장은 언젠가 사라질 임시 공간이지만, 그 기간 동안에도 시민들은 매일 그 앞을 지나갑니다. 동대문구는 그 시간을 단순히 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으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도시의 작은 틈새 공간까지 공공디자인의 대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도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은 더 이상 공사장을 불편한 시설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의 동네를 새롭게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나 친구들의 그림이 거리에서 전시되는 경험을 통해 도시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술은 미술관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과 거리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됩니다.

이러한 사례는 입주 후의 아파트 단지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설치되는 공사장 가림막을 단순한 안전시설이 아니라 '(아파트 브랜드) 갤러리'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인근 대학의 학생들과 지역 예술가, 주민,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하여 개운산의 풍경, 종암동의 골목길, 마을의 역사와 미래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한다면, 공사 기간 자체가 하나의 문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아파트 운영위원회나 입주자 대표회의가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공사 완료와 함께 끝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계절마다 전시가 바뀌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속적인 마을 문화사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큐레이터가 되고, 청년 예술가들의 데뷔 무대가 되며, 학교와 연계한 어린이 미술전, 사진전, 역사전 등이 골목 곳곳에서 이어진다면 종암동 전체가 하나의 '오픈 에어 뮤지엄(Open-Air Museum)'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동대문구의 '동대문구 갤러리'가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공사장 가림막을 아름답게 꾸민 것이 아니라, 도시의 가장 임시적인 공간조차 지역의 문화와 주민의 참여를 담아내는 공공자산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골목길이 살아 있는 동네',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마을', '생활 속에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아파트'와도 깊이 맞닿아 있으며, 각 지자체의 새로운 도시문화 전략으로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 신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