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에 대하여


당신에게 반하기 충분한 시간, 김치찌개 뭉근하게 끓어가는 시간, 당신과 그 찌개에 밥 먹는 시간,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에서 15분은 마법의 시간이라고 불리운다. 그림 한 점을 보고 15분 동안 쓴 글이 깜짝놀랄만큼 생생하고 그 날것의 감성이 우리를 웃기고 울리므로.


누구는 까마득히 잊고 지낸 여행지의 노을을 불러오고 누구는 심장 맨 아래칸에 넣어둔 그 사람 뒷모습을 데려오고 또 누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 한 자락 느닷없이 쏟아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믿기 힘든가. 그럼 해보면 알게 된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한 점과 열린 마음 상태,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에는 탁월한 사람들이 온다. 탁월한 사람들만 온다. 먹지도 못하는 예술을 위해 자기에게 있는 가장 비싼 것, 나의 시간과 마음을 쓰는 사람들은 이미 준비 된 사람들이다. 여기가 아닌 너머를 생각하는 사람들,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성장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꿈을 꿈으로 두지 않는다. 새로운 걸 보면 눈이 반짝하고, 호기심 가득해서 다가가보고, 작은 자극에도 유레카! 큰 재미를 알아챈다.


그런 사람들이 쉬고 싶은 주말에도 접속해 집중하고 평일 저녁에도 드러눕지 않고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바로 그것을 알려주고 서로의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것 뿐. 예술을 통해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은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보여주는 것 뿐. 마치 거울과 창문처럼. 


왜 15분이예요? 묻는다. 간단하다. 겨우 15분, 잘쓸 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이 없고 편하고 막쓰게 된다. 잘쓴 글 못쓴 글이 없다. 나의 글이 있을 뿐. 글을 꾸밀 시간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내 마음이 고스란히 딸려나온다. 그렇다고 겁내지 말 것! 바로 그 뜻밖의 마주침이 자아를 발견하는 단초가 되어 사유를 말하고 치유까지 경험한다. 놀랍게도 15분동안 그림보고 글을 썼을 뿐인데!


사실 15분은 내가 미술관에서 글의 문단을 만드는 시간이다. 전시회에서 감흥을 휘발시키기 싫어하는 나는 무조건 현장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날의 한 점을 오래도록 응시하고 먼저 간단한 기록으로 글의 얼개를 짠다. 그림 속으로 시공간을 이동하고, 감흥을 극대화 시키며, 나는 감상의 주체이자 삶의 향유자가 되는 것이다. 15분의 몰입이 가져오는 놀라운 효과다. 


어제 저자 특강에서는 다 함께 15분 글쓰기를 해봤다. 박재웅 작가의 황혼 속으로 걸어들어가보자고 했다. 정말 뭉클하고 놀라운 글들이 쏟아졌고, 우리는 처음 봤는데 서로에 대한 온기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냈다.


15분, 나를 들여다보기 충분한 시간이다. 당신을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우리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마법은 예술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기다려온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계기도 세렌디피티가 되는 것. 탁월함은 능력이 아니라 습관이다. 그림 한 점 앞에 걸음을 멈추는 것, 가만히 응시하는 것, 그리고 마음을 기록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도저히 못 믿겠다고? 일단 책 속에 수많은 그림들이 들어있다.😅 심호흡 하고 들여다보고 한 번 써보시길. 15분의 마법이 시작된다.


글 / 임지영



#그림과글이만나는예술수업

#마법의15분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