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핫플 한가운데 경수 초등학교. 예술 특강을 왔다. 딸아이 초등 5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이곳 교장 선생님이시다. 그때도 지금도 아이들 사랑 지극하시다. 도서관이 학교 중앙 현관 바로 옆에 커다랗게 있다. 원래 문은 복도쪽이었는데, 일부러 벽을 허물어 넓게 개방시켰다고. 학교에서 도서관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말씀하신다. 세상도 그렇다. 도서관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어루만지는 곳이므로.
꼭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가는 것은 아니다. 도무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구석 자리에 깊숙이 앉아 글멍, 책멍. 같은 구절을 몇번씩 읽어도 좋다. 책표지만 쓰다듬어도 괜찮다. 도서관은 책의 숲. 그 숲에서 쉬는 일, 푸른 숨을 조금씩 쉬는 일이다. 나를 둘러싼 공기를 조금씩 바꾸는 일이다.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 4학년 아이들의 솔직한 감정들이 그림 한점에 방울방울 터져나왔다. 한 여학생은 글을 읽다가 눈물을 터뜨렸다.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며 뜻밖의 내면의 소리를 맞닥뜨리고 스스로를 감싸안는 위로의 눈물 방울. 큰 박수를 받은 아이는 수업이 끝난 후 해맑게 웃었다. 후련한 기분이 든다고.
아이도 어른도 그림 앞에서 마음을 만난다. 때로 신났던 마음, 또 슬펐던 마음, 소망하는 마음, 따뜻한 마음 마음들... 우리는 그 마음을 한번도 표현한 적 없다. 심지어 예술을 통해 일어나는 감정을 애써 억압하기도 했다. 내가 뭘 안다고, 이렇게 느껴도 되나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예술엔 정답이 없다. 작가가 의도한 것과 별개로 작품엔 수많은 무의식의 세계가 담긴다. 그걸 찾아내고 누리고 즐기는 것이 순전한 향유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잘 하고 우린 배워야 한다. 내 안에 나눗셈이 어려운 열 살이 있다. 발표하기 힘든 열한 살도 있다. 어리고 약한 마음이 책 속에서 씩씩해졌고, 그림 속에서 다정해졌다. 어른이 되어도 나이가 들어가도 우리 안에 그 아이들이 그 마음들이 있다. 그러므로 보살펴야 해. 언제나 가만히 응시하며.
도서관을 푸르게 가꾸는 경수초 사서 선생님도 초록 에너지가 가득했다. 이 예술 수업을 먼저 직접 듣고,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만들었다. 3학년 아이들의 질문지도 미리 주셨는데 귀여워서 미칠 뻔. 그런데 질문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 뭉클하다.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인데... 나는 아마도 나의 진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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