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지킨다


예술 수업 마지막 날은 나의 취향을 발표한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대체로 취향이 없는 채로 살아왔다. 획일화된 교육 안에서 독특한 개성은 모난 정 돌 맞듯이 평평해져야 편했다. 요즘에야 덕후 문화가 생기며 나의 취향을 주장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졌지만 이게 또 지나치면 일상적이지 않다. 건강하게 나만의 취향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취향도 연습이다. 자주 자꾸 나에게 질문해봐야해. 무엇을 할 때 좋은지, 남들이 좋다니 좋은건지, 진짜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예술! 이다. 내가 고른 그림 한점에, 음악 한곡에, 문장 한줄에, 내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그림 한점을 가져왔을 뿐인데, 그들의 삶이 우르르 쏟아져나온다. 가장 빛났던 순간, 아름다웠던 장면, 뭉클했던 시간, 아득한 추억까지 한번도 말한 적 없지만 말하고도 싶었던 이야기들이 그림을 통해 저절로 흘러나온다.

부천상동도서관 예술 수업은 특별히 더 다정했는데, 4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예술 앞에 모인 사람들이라니, 이미 특별함을 장착하고 있지 않고는, 온통 초록이 넘실대는 오월의 창, 이 안에 있을 리가 없지.

"이 도서관 길은 늘 지나다니는 길이었는데, 막혀서 짜증이 났거든요. 오늘 좀 일찍 와서 둘러보니 작은 폭포가 있고, 할아버지들이 공연도 하고 있는거예요. 그동안 한번도 못봤거든요. 멈춰서 한참 바라보며 이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예술 수업의 신기한 효과같아요. 제게 이런 예술의 시선이 생겼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유일한 남성 참여자의 진심어린 소감에 뭉클했다. 우직해 보이는 외모의 남성은 안식년이라고 했는데, 그림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풀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사회에서 단계마다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막상 그곳에 이르러도 그리 좋지 않더라는 말과 함께 가만가만 진심을 털어놨다.

그렇다. 삶의 진짜 성공은 과정에 있다. 예술 향유도 그림 한점 보러 가기 위해 기어이 짬을 내는 번거로운 과정에 들어있듯이. 소중한 것들은 꾸역꾸역한 시간에 들어있다. 그렇게 귀한 시간과 마음이 쌓여 나의 애호와 취향이 만들어지는 것. 나를 잘 아는 삶은 몹시 유익하다. 생의 어떤 순간에도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을 열가지쯤 알고 있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취향을 가져야 한다. 애호를 알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지킨다.

[출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지킨다.|작성자 예술기록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