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젤 신기한 게 인연인데 그것은 꼭 생물같다. 어느날 저혼자 죽어있기도 하고 저절로 살아나 춤추기도 한다. 생명력 강한 봄날의 연두같은 인연은 두터운 장막을 뚫고서도 이어진다.
변남석 쌤을 오래 전 처음 만났을 때 딱 알았다. 일 내실 분일쎄! 반포 도서관에서 진행한 예술 축제때 공연을 부탁드렸는데, 첫 인사가 "나는 세상에서 실패를 가장 많이 한 사람입니다!"였다. 작은 돌 위에 큰 돌, 박카스병 위에 보드카 병을 올려 즉석 조형물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수많은 실패로 이루어진 결과인 것. 불가능할 것 같은 중심 잡기를 통해 내 안의 중심을 잡고 긍정하는 것이 쌤의 밸런싱 아트다.
이후 <유퀴즈>에 나와 유재석을 사다리에 세우며 유명해지셨고. 예술의 범주는 드넓어졌다. 어쩌면 모든 경계를 허무는 일이 예술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의 예술 생태계는 분별과 갈라치기가 많다. 전공 비전공, 주류 비주류, 근거와 기준 참 좋아한다. 물론 전공이란 것은 일찌감치 자신의 꿈을 위해 성실했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그 시간을 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하는 힘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 일을 즐겁게 계속 해나가며 누가 뭐라든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내 삶의 시간과 마음을 쓰는 일에 전공이 중요하지 않고 비주류가 있을 수 없다. 자기 생의 한가운데를 사는 우리는 모두 주인공 아닌가.
세상 자유로운 영혼 변남석 쌤과 예술 수업에서 만난 근영 쌤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 홀가분하게 많이 웃었고, 인연에 고마워했다. 메시지와 에너지가 가득한 그림을 그려주시고, '한점갤러리'에 있는 그림 세 점을 중심잡기 해주셨다. 평평한 회화가 조형이 되는 순간, 이것 봐, 그림의 뒤까지 다 볼 수 있잖아! 발상의 전환으로 그림의 뒤까지 작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관점이 좋다. 호기롭게 전형성을 뒤집는 생각과 행동. 생을 즐거운 모험이라 여기는 태도. 마침내 봄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 다양한 기획들이 준비됐고, 하나씩하나씩. 자, 출발이다.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