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다시금 깨닫는 여행의 진실. 어디로 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
친한 게 뭘까 생각해본다. 취향이 비슷하고 좋아하는 게 같으면 친해진다. 그런데 진짜 친한 건 싫어하는 게 같을 때다. 어떤 사람의 무례한 태도라든가, 지나가는 한마디에도 드러나는 부정적 기운이라든가. 불편한 것들이 같을 때 우리는 찐친이 된다. 딸과 그렇다. 싫어하는 게 같다. 하지만 웬만해선 좋게좋게 넘어가려는 나에 비해 아이는 아직 잘 못참는다. 원칙을 따지고 상식을 준수한다. 그러니 여기 어르신들만 많은 여행 환경이 좋을 수가 없지.
딱 몇 분이 불편러다. 매번 자기의 불평을 전염시킨다. 왜 이리 많이 걷냐 (그러면 왜 유럽에!) 왜 또 스파게티냐 (여긴 그게 밥인데!) 차 의자는 왜 이리 딱딱하냐 (우등버스 없냐며) 게다가 관상은 과학이라더니 온 얼굴로도 말하는 것이다. 투덜투덜, 삐죽삐죽, 심술심술. 네거티브가 얼마나 힘이 세냐면 분위기를 한순간에 쎄~하게 물들인다는 것. 딸은 그런 어른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컨디션이 뚝 떨어지더니 힘들어한다. 작년 미서부 예술 투어 때는 내내 텐션 업, 즐겁게 스탶 역할을 해주었는데.ㅎㅎ
다행인 건 내가 기획. 주관은 아니니 신경 안써도 된다는 건데 딸은 거슬리는 걸 못참고 있다. 나는 그런 딸을 다독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어른 노릇에 대해, 좋은 관계에 대해, 배려와 친절에 대해. 이 또한 살아가는데 큰 배움일 것이다. 꼭 좋은 것들에서만 배우는 건 아니다. 딸과 더 깊이 공감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들이다.
오늘은 토스카나 지방의 끼안띠 와이너리를 가고, 장미가 핀 시에니 골목골목을 걷고, 사이프러스 나무들을 실컷 보고, 쓸모는 없지만 기분 좋은 선물을 사고, 이상한 사람 흉도 슬쩍 보며 재밌게 보냈다. 딸은 제일 좋은 친구다. 물론 잔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손이 가는 새우깡 엄마니 그건 기꺼이 감수하기로. 😁
#발도르차평원
#사이프러스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