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크는 아이들


교육이 컴컴하다고 생각했다. 8학군에서 아이를 키웠지만 그 환경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노라고 말할 수 없었고. 세월이 앞구르기를 해도 교육은 제자리는 커녕 뒷구르기하는 것만 같았다. 최근에 일어난 청소년들의 참담한 사건들은 마음을 더욱 그늘지게 했다. 한창 까르르 웃을 아이들 마음이 깜깜해진 것은 모두 어른들 탓이어서, 지나가는 아이들의 처진 어깨만 봐도 괜히 미안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없을까, 아이들 예술 교육에 더욱 열심이 되는데, 어른으로서의 책무같은 것이기도 했다. 

중동고는 강남의 남자 고등학교다. 이재영 선생님은 이곳의 교사시다. 이 선생님은 예술 교육 심화 과정까지 모두 마치고, 예술 감성 수업의 열혈팬이 되셨다. 이 선생님의 친한 선생님들까지 예술 교육 과정에 대거 들어오셨고, 너무 열심히 참여해주셨다. 정말 놀라운 것은 선생님들은 배운 것들을 바로 아이들에게 적용한다는 건데, 선생님 한분이 지닌 힘이란 실로 엄청난 것이로구나 실감했다.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게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워가는 좋은 선생님이 너무 많았다. 

선생님은 더는 배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교과 위주의 입시 교육, 창의력이라곤 없는 주입식 교육으로 똑같은 수업을 되풀이하는 게 아닐까 하고. 물론 입시 제도가 있는 한 교과목 공부와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이성의 시대가 가고 감성의 시대가 왔다. 인공 지능 시대를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감성 지능, 공감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고. 바로 그걸 깨우치는 예술 수업을 배우겠다고 선생님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우리가 먼저 배우고 깨달아야죠, 그래야 아이들에게 줄 수 있어요.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도 아이들처럼 눈을 빛내며. 

이재영 선생님은 예술 수업 수료후,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새벽에 그림으로 글을 쓰는 모임을 진행한다. 66일동안 새벽에 그림으로 글을 쓴다고 하는데, 와! 진짜 예술로 세상을 바꿀 분들이다. 그리고 아이들 자성(自省) 교실과 다양한 예술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교에 소문이 났다고. 선생님은 중동고 아이들 대상으로 저자 특강과 한국미술재단 현장 탐방 수업을 기획하고 요청해주셨다. 학업 위주로만 돌아가는 고등학교에서 하기 쉽지 않은, 더군다나 강남 복판의 학교에서는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 기쁘고 신났다.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많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첫 수업에서 역시나 아이들은 예술앞에 쫄지도, 어려워 하지도 않았다. 보여준 그림들로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했는데, 와, 정말 너네들 뭐니! 소리가 나올 정도로 현자들의 글이 쏟아졌다. 좋은 질문이 없었을 뿐이다. 좋은 자극이 없었을 뿐이고. 그림이라는 계기가 주어지자 좋은 생각들이 정제되어 표현되는 것. 서로 놀라워하고 또 서로 인정해주는 훈훈한 분위기.

오늘은 황미정 작가님과 함께 하는 현장 수업이다. 작은 갤러리 안에 5월의 나무같은 아이들이 가득 찼다. 전시에서 내게 말을 거는 단 한 점 찾기. 그리고 15분 예술 에세이 쓰기가 시작됐다. 이 녀석들 엄청 진지하게 쓱쓱싹싹. 돌아가며 발표를 듣는데 웃기고, 깊고, 수줍고, 날카롭고, 소년들의 마음이 고 짧은 몇 줄에도 다 드러났다. 작가님도, 나도, 이선생님도 감탄에 감탄을 계속 했다. 아이들은 이제 알게 됐다. 그림 한 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예술로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도.


한 친구가 소감을 말했다. 지금 이 시간이 몽롱하고 환상적이예요! 아마도 낯선 시공간의 경험이 아이를 특별한 감각으로 이끈 듯했다. 나도 오늘은 말의 음절 하나마다 마음을 실었다. 아이들과 예술이 만나는 오늘 이 시간이, 이 경험이 핵심 기억이 되어 마음 깊숙이 뿌리내리기를 바랐다. 5월보다 푸르고, 꽃보다 어여쁜 너희들이니까. 


글 / 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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