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는 마음의 미소다. 그런데 너무 바쁘고 정신 없으면 웃어도 머리속은 숨차고 멍때려도 백만돌이가 뛰어다니며 심지어 잘 때도 뇌공장이 돌아간다. 마음이 웃는 법을 잊어버린다. 그런 상태는 그저 삶이라는, 일상이라는 상태로 각성되기 쉬워서 우리는 그러려니 이게 당연한 것이려니 여기게 된다. 마음은 점점 표정을 잃어버린다.
그럴 때 필요한건 뭐? 자극이다. 옆구리 콕콕 찌르기나 한눈에 반하는 사랑같은. (너무 어렵지.) 그래서 쉽고 다양한 생의 자극들을 많이 만들어 놓을수록 인생은 유리해진다. 애호가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부르짖는데 진짜 그렇다.
오늘 서울 시청 공무원 대상 바스락 특강을 했다. 점심 시간 1시간동안 열리는 연수다. 감성 역량 강화 강의라니 퍽 많이들 오셨다. 1시간동안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나는 꼭 전해야 할 메시지 위주로 전하고 우리가 늘 하는 그것을 했다. 3분 응시와 기록 체험. 길 건너 덕수궁 미술관에서 하는 장욱진 <길 위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히사이시 조 '인생의 회전 목마'를 틀었다. 미술관이 바로 길 건너인데… 장욱진 전시를 본 사람은… ㅠㅠ
짧은 시간도 몰입하기만 한다면 못할 게 없다. 3분동안 쓴 단 한 문장이 혹은 한 단어가 말그대로 시였다. 강의전 담당 팀장이 걱정하고 있었다. 리액션 없는 공무원 집단이라며, 발표 안하실 것 같다며. 그런데 왠걸, 손을 번쩍번쩍 드셨다.
ㅡ그림을 보자마자 단 한단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End가 아닌 AND.
ㅡ먼길 오느라 고생했다. 이제 신발 벗고 좀 쉬어도 돼.
ㅡ길은 희망의 시작
ㅡ혼자 걷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내 뒤에 당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짧아지자 글은 시가 됐다. 길 위의 한사람을 신기하게도 누군가는 막 도착한 사람으로, 또 누군가는 이제 시작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아마 누군가는 신발 벗고 좀 쉬고 싶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화이팅할 일이 있는가 보다.
가장 리액션이 많은 특강였다며, 전체 발표 다 들어보고 싶다며, 신기해들 했다. 당장 내일 점심때 길 건너 장욱진 전시부터 가보시라 했다. 그림들 앞에서 느릿느릿 걸어보라고. 그리고 단한점 앞에서 오래 머물러보라고. 함께간 이에게 슬며시 물어보라고. 그렇게 예술로 묻고 느끼고 대화해보라고.
모두는 아니겠지만 분명 몇몇분은 조만간 길 건너 가실 것 같다. 마음의 미소를 되찾을 것 같다. 길 위의 자화상을 맞닥뜨리고 오늘 쓴 글을 떠올리며 활짝 웃을 것 같다. 그거면 됐다.
#감성도역량입니다
#서울시청바스락특강
#장욱진길위의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