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에서 오신 J 선생님은 일흔셋 나이에도 소녀같다. 미대 출신답게 감각도 남다르다. 점심 식사 후 함께 작은 마을을 돌아다녔는데 어맛, 저 성당 너무 이쁘지 않아요? 이 문 경첩 좀 보세요! 세상에나! 같이 탄성을 지르며 골목을 누볐다.
"이런 게(작은 거에 호들갑) 잘 맞아야 돼요. 너무 좋네요! 저 양반은 멋대가리가 없어."
부부 여행팀이 여럿인데 신기하다. 굳이굳이 집 밖에서도 같이 있고 싶은건가?
선생님은 보육원에 그림 기증하는 이야길 듣더니 바로 후원하고 싶다고 하셨다.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부자다. 좋은 인연의 시작이다.
이번 여행 오기 전에 다시 한번 서양 미술사 책과 미술관들 자료를 잔뜩 보았다. 하지만 직접 보니 역시나 지식보다 직관으로 누리게 된다. 그림의 역사적 의미와 서사도 재밌지만, 그리는 순간 작가가 그려넣었을 감정, 생각, 유머, 성질머리까지... 현재의 나와 맞닥뜨릴 때 더욱 재밌다. (그림들이 은근 감정적이고 욕망이 드러나므로 현웃 터진다.)
예술가들은 꼭 의도하지 않더라도 시대를 앞서 감각하고 혁신적인 사고를 한다. 그래서 당시엔 괴짜로 취급받거나 심하면 탄압도 당하는 것. 어쩌면 난해하고 불편한 작품을 시도하는 작가일수록 후대에서는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그래왔고.
몇몇 분이 집에 그림들이 많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길래, 행여나 자식들에게 떠넘기지 마시라 했다. 그림 감정을 넣어 보면 위작인 경우가 다반사고, 하루에 5,000원어치씩 보고 느끼고 실컷 누린다 생각하면 억울할 것도 없다.
드디어 니스에 도착했다. 남프랑스 최초의 만찬! 열흘은 지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4일째. 꽤꼬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