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서 감동을 배우는 예술감성 수업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선물은 받았는데 제대로 풀러서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늘 경쟁이 심한 피로도 높은 세계를 살며 우리는 질문을 잊었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지 몰랐다. 누군가 말을 조금만 오래 해도 TMI나 안물안궁 딱지가 붙어 기피대상이 됐다.
늘 호기심이 많은 나는 질문이 많고 즐겁게 듣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종 책보다 깊고 드라마보다 극적이어서 넷플릭스 저리가라다. 심지어 스님께도 첫사랑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는게 나니까.ㅋ
예술교육 심화과정에서는 바로 질문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키운다. 서양미술사, 근현대미술사, 우리옛그림, 동시대예술까지 훑으며 예술로 할 수 있는 질문과 소통하는 능력을 끌어올린다. 질문 하나에도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정확한 사람, 배려하는 사람, 진지한 사람, 부정적인 사람… 질문하지 않는 사회를 살아온 우리는 힘겹게 예술과 질문이라는 산을 넘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열리고 긍정의 힘이 생긴다. 그림 한 점으로 할 수 있는 질문은 크고 넓고 깊어서 어디서도 받아본 적 없는 것일텐데, 생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게 될 게 분명한, 탁월한 질문들이 만들어진다.
어제 <그림과 글이 만나는 아트북> 활용법 줌 특강을 진행했다. 금요일 밤 70명 정도가 참여해주셨다. 여기 모인 분들 오늘 불금인데 사회성에 문제 있는 분들 아니시냐😅 농담을 했는데, 정말 너무 감사했다. 이 아트북은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이를 효과적으로 리드할 방법을 알려드렸다. 잠깐 정리하자면, 처음엔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이 필요하다. 그림에 대해 글에 대해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 인정하세요, 어른도 생 앞에 초심자라는 걸.
2. 질문하세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세요.
3. 함께쓰세요, 가르치지말고 함께하세요.
4. 경청과 공감 피드백, 무조건 칭찬만 해주세요.
5. 가까운 미술관에 자주 가세요, 탁월해집니다.
아트북에는 그림마다 세가지 질문이 붙어 있다. 빈칸을 해놓았지만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림은 그 자체로 너무 좋은 질문이지만, 좀 더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생각하는 질문을 만들어놓은 것. 그림을 응시하며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뒷장에 나만의 15분 스토리를 쓰는 것이다. 토요일 오전 어린이도서관 가족 수업은 이제 예술의 재미를 알아버린 아이들로 시종일관 시끌하다.ㅎㅎ
오늘 수업 끝날 때, 초1 친구가 저 29일만 기다릴거예요! 해서 기뻐 펄쩍 뛰었다.😄 이 아이는 아빠가 쓴 글 (퍽 긴 글에 진심을 담아 쓴 글)을 듣더니 이상하게 슬퍼요..했다. 슬프다는 건 뭉클하다는 뜻, 감동 받았다는 의미다. 아이들의 어휘는 아직 부족하므로 함의를 잘 읽어줘야 한다. 오늘 초3 친구는 채정완 작가의 '모두가 감독'을 보고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이 작가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겠다. 이 작가도 나처럼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꼭 나 자신처럼. 나도 누군가 없는데 시선이 나에게 접근한다. 나는 시선을 안느끼고 싶다. 작가도 그럴 것이다."
천방지축 저학년을 지나 타인의 시선을 막 의식하기 시작하는 때일 것이다. 분별력도 생기고 상황 판단력도 생기면서, 사람들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 사회적 존재로서의 긴장과 피로감도 느낄 것이다. 바로 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이는 엄마와 난생 처음 성곡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우리는 원계홍 작가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이게 무슨 일일까.😆)
질문하던 습관과 턱을 괴고 듣던 습관이 지금의 긍정 피드백을 만들었다. 어제도 "어떻게 매번 그렇게 피드백하나요? 방법을 알려주세요!" 질문하셨는데 집중해서 들으면 핵심 문장이 들린다.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보통 그 한줄에 들어있다. 위 아이 글에선 '시선을 안느끼고 싶다'인데, 그 마음을 알아주고, 성장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부드럽게 위로해주면 아이는 금세 방긋 웃는다.
아트북을 쓸 때, 아이들에게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기쁜 선물이 되고 있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계속 질문할테다. 바짝 귀기울여 눈맞추고 들을거다. 우리의 삶은 예술보다 크고 넓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