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도서관 <예술 감성 글쓰기> 강의 후기


“그림 감상도 어려운데 글쓰기까지 해야 하는 강좌란다. 둘 다 어려운데 강의를 들으면 뭔가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신청했다. 3분 동안 그림을 보고 15분 동안 글을 쓰라고 했다. 첫 시간부터 글을 쓰고 발표까지 해야 했다. 막막해할 겨를도 없이 옆을 보니 다들 무언가 열심히 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꾸역꾸역 썼다. 그림을 통해 글쓰기 주제를 제시해 주었지만 그런 걸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칸을 채우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강좌마다 하다 보니 막막하고 부담스럽던 것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강좌마다 오늘은 어떤 그림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까 기대하게 되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어떤 나를 만나게 될까 봐 가슴이 뛴다. 그림아, 어서 내게 오라!”

 

이천 마장도서관에서 진행한 ‘예술감성 에세이 과정’을 마친 한 수강자의 소감이다.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이다.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8주 동안 진행했다. 직장인도 참여시키기 위해 저녁반으로 개강했다. 이 강좌는 그림을 보고 에세이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술을, 특히 미술과 쉽고 편하게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수업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오랫동안 내가 갖고 있던 질문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림과 친했다. 한글을 뗀 후 첫 번째 친구는 만화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미술반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대학입시를 생각하며 진로를 결정할 때 그림은 취미로 하기로 하고 2학년 때 중단했다. 나이가 들면 그림을 그리리라 생각했다. 인생 중반을 넘었지만 아직 삶이 바빠 그림을 다시 그리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과천 현대미술관이 있다. 그곳에 서울대공원도 있어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데리고 다녔다. 자주 가족과 미술관에 가서 작품들을 감상했다. 아이들에게 예술적 정서를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훌륭한 작가들의 유명한 그림을 보면서 별로 감흥이 없었다. 아이들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설명해주지도 못했다. 전시관에 붙여진 작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다. 왜 그림은 편하지 않고 어렵지?

 

한때 좋아서 그림을 그렸지만 미술은 어려웠다. 도슨트처럼 공부해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많이 보면 자연스럽게 심미안이 생기는 거라고 믿었다. 지식적으로 알아야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음악은 다르지 않은가. 가요나 팝, 클래식 음악이라 해도 감상하는게 부담이 없다. 작곡가나 연주자를 모르면서도 들으면서 느낀다. 음악 감상은 이처럼 단순하다. 책을 읽으면서 듣고 차를 마시면서 듣고 일하면서도 듣는다.

 

그런데 도대체 그림은 왜 어려운 거야? 이 질문의 답이 행운처럼 찾아왔다. 작년 초 미술을 이해하려고 신청한 ‘예술감성 에세이’ 과정에서다. 공부하면서 리더, 심화과정까지 마쳤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되니 쉽게 해결되었다. “쫄지 마라. 예술은 교육이 아니라 환경이다. 먼저 만나라. 모든 권리는 나에게 있다.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 제멋대로 느껴라. 기억하고 기록하라.”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알게 되니 미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예술은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다. 감각은 연습으로 길러질 수 있다. 그림과 쉽게 친해지는 방법이 있다. 그걸 알게 되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사라졌다. 예술에 대한 편견이 깨진 것이다. 예술이 주체가 아니라 감상자인 내가 주체다. 그림이 더 가까이 다가왔고, 더 만만해졌다.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3분 응시, 15분 글쓰기’. 느낌과 감상을 글로 표현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예술 향유자의 삶으로 변한 것이다.

 

2023년 아트 코치로 새롭게 출발했다. 아트 코치는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도슨트나 작품을 평론하는 미술평론가도 아니다. 누구나 미술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다. 수강생들을 예술 향유자가 되도록 도왔고, 그림을 보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강좌가 진행될수록 수강생들의 이미지 문해력과 창의력, 사고력과 표현력이 좋아졌다. 작품을 보고 직관적으로 느끼고 감상하며, 자유롭게 상상하고 글로 표현했다. 함께 글을 쓰고 나누면서 예술로 공감하며 소통했다. 다른 수강자의 소감으로 강좌 진행 후기를 마무리한다.

 

“그림을 3분 감상하고 15분 동안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걱정했다. 먼저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 그림 소개 등, 감성을 깨우는 진행으로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그림의 전체 분위기나 색감, 소재, 표현 중에서 나와 연관된 경험이나 기억을 연결해 글을 쓰는데, 평소 생각지도 못한 글이 쓰였다. 아프고 힘들었던 내용의 글은 위로가 되고, 어릴 때 추억은 따뜻하지만 눈물이 나고, 마음의 치유가 되는 시간이었다. 참 좋은 수업이고 훌륭한 강좌였다.”


글 / 윤석윤 


출처 : “그림아 놀자!” 마장도서관 예술감성 에세이 과정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