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고3때 연영과를 가겠다고 했다. 나는 무조건 지지하는 엄마여서 딸의 꿈을 도왔다. 학원을 알아보고, 특기를 정하고, 레슨을 받고, 충실한 매니저 역할을 해줬다. 어렸을 때부터 무대를 즐기고 나대는😆 성향이어서 그 길을 가려는구나 응원했고, 꿈을 향해 달리는 고3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결국은 경영과를 갔다. 🤣
ㅡ엄마, 이 길은 너무 비전이 없는 것 같아. 내가 딱히 튀는 얼굴도 아니고, 이 길이 아닌 것 같아...미안해서 어쩌지. 돈도 많이 들었는데...
ㅡ괜찮아. 무슨 일이든 제대로 깨달으려면 돈이 들어. 나 그거 해볼걸 하고 평생 후회하지 않을 거잖아. 그 길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됐어. 대신 지금 선택에 책임을 지면 돼.
살아보니 돈이 들어야 열심이 솟아난다. 악착같이 하게 된다. 공부도, 운동도, 관계도... 그 후의 결과는 스스로의 몫. 대학원을 4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갔는데, 힘든데 엄청 열심히 공부했다. 돈이 많이 들었으니까 더더욱. 늘 문학만 읽다가 경영서를 많이 읽었는데, 거기서 인생 꿀팁도 많이 얻었다. 경영학의 파더ㅎ 피터 드러커의 한마디는 내 교육 철학이 됐다.
ㅡ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가 중요하다ㅡ
공급자의 언어가 아닌 수요자의 언어를 생각하게 됐다. 교수자의 시선이 아닌 학습자의 시선으로 전환됐고. 그러자 어린이들과도 즐겁게 예술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성신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들 특강을 했다. 가장 빛나는 젊음이나 걱정도 생각도 많을. 내 스물 몇을 떠올리니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오직 놀고 먹고 춤추고 사랑하고, 내 젊음엔 미래가 없었다. 눈 앞의 세상을 탐닉했고 시간은 느렸고 만끽했던 것 같다.
진지한 눈빛, 열심인 얼굴을 보니 마음이 뜨거워진다. 좀 더 좋은 세상, 나은 사회, 우리가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단 자책 대신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함께 나아가보자고 손 내미는 마음. 나이 먹어 좋은 건 질문이 두렵지 않다는거다. 호기심어린 엉뚱한 질문, 하는 것도 좋고 받는 것도 좋다.
생에 아직도 궁금한 게 많아서 좋고, 모르는 건 잘 모르겠다고, 더 배워야겠다고 솔직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그리 했더니 모두 한마음이 됐다. 자기 앞의 생엔 모두가 초심자다.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 서로 배우며 살아가는 거지.
글 / 임지영
윤정원 작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