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도서관 '그림과 글이 만나다' 후일담
간단한 이 콘텐츠가 지닌 힘은 간단치 않습니다. 지난 4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니까요.
전시에서 나만의 한 점 고르기, 응시하고 기록하기, 서로 나누기는 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예술 향유자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물론 지금껏 그림으로 글을 써온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미술 평론가, 기자, 전시 기획자, 큐레이터, 드물게 소설가 등등.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림 보고 글쓰라 하고, 그걸로 공감 소통하는 콘텐츠는 없었죠.
전 예술 경영을 공부하며 읽었던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에서 번개처럼 생각을 전환시켰는데요. "인생도 사업도 설득이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무슨 말을 들었는가가 중요하다." 깨달았죠. 모든 글과 말, 콘텐츠는 수요자의 언어를 써야 한다는 걸요. 그 때부터 제가 쓰는 모든 언어는 쉽고 편하게, 콘텐츠도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림으로 글을 쓰는 프로그램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도서관 등, 퍽 많은 곳들에서 비슷한 기획들을 하고, 미술 평론가나 소설가를 모셔 진행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국현에서도 그림으로 글을 쓰는 감상 기록소를 만들어 놓았고요. 내가 쓴 감상을 벽에다 붙이고 서로 공유하는 감상 교환소도 조성해 두었더라고요. (한점갤러리의 중앙벽이 온통 글이었죠!)
제 아이디어라고 우기는 건 아닙니다. 이미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 교육서가 나온 지 3년이나 됐고, 모든 콘텐츠를 오픈했으니까요. 이제 그림 글쓰기가 대중화되는구나 싶어서 뿌듯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의 킥은 따로 있거든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핵심. 그건 해봐야 압니다. 아주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향유와 공유의 경험. 그래서 오늘도 많은 분들이 신기하고 뭉클하다며 엄치척! 해주셨죠.
'국중박'에 인파가 몰리고 '국현미'에도 늘 사람이 많지만, 사실 아직 한번도 안가본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유명한 미술관이나 전시를 못갔다 해서, 무식하거나 교양이 없는 건 절대 아니고요. 오히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도장 깨기식 관람이 건강하지 않은거죠.
지금 제가 하는 강의는 장소나 대상에 갇히지 않습니다. 미술관 아니어도 교실이나 강의실을 페이퍼 뮤지엄으로 만들고요. PPT로도 하지만, 아예 그림들을 들고 가기도 하죠. 그리고 최근에는 어른들의 창의력 리부트 캠프를 통해 그림과 책, 음악, 낭독을 잇는 다원 장르 융합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게 또 꿀잼입니다.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글을 쓰고, 지금 공저 두 권이 세트로 출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과 글... 이것들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요. 결국 한번 사는 인생 잘 살아보자고, 잘 누려보자고 애써보는 사람들, 우리라는 존재가 제일 중하지 않겠나요. 예술, 우리가 서로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제 일을 사랑하게 되네요. 참 운 좋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