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에서의 예술 수업
안 올 마음이었다. 못 올 곳이었고. 열정을 품은 한 선생님께서 예술 수업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셨고, 나는 완도 옆 고금도에 있는 고금고등학교에 왔다. 목포에서도 2시간 가까이 차로 와야 하는 곳. 전교생 50여명. 창밖으로 해송이 보이는 곳.
5.6.7교시 특강으로 전교생이 함께 했는데, 이렇게 해맑고 솔직한 고등학생들은 처음이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비교와 경쟁에서 자유롭다는 것. 물론 성적 걱정도 하고 관계에 대해 고민도 하지만 자존감이 취약한 상태는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줄 알았고, 그래도 충분히 존중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는 다른 걸 두려워하잖아요. 그래서 계속 같아지려고 하고. 그런데 오늘 알았어요. 서로 다른 건 당연한 것이구나. 재밌는 것이구나. 우린 좀 더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들어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낮에 목포역으로 픽업나오셨던 선생님은 다시 목포역에 나를 내려주고 가셨다. 우렁찬 겨울비속에 장장 8시간을 운전하는 것. 너무 멀어 안 오려던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그림 한 점이 아이들과 만나 따뜻한 선으로 이어졌다. 너희들은 미술관 안가도 돼. 교실 창문이 액자라고 생각하고, 창 밖 그림을 3분씩 응시해봐. 매일 새로운 그림을 볼 수 있지 않겠니? 엉뚱한 이야기에도 아이들은 힘차게 끄덕여줬다. 고맙다.
글 / 임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