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다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말수가 적다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부르지 않는다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물건은 아끼느라 쓰지 못한다. 말도 똑같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아끼느라 내놓지 못할 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아픈 사람은 도와달라 요청도 못한다. 일도 똑같다. 꼭 필요한 일은 도와달라고 청할 여력도 없다.

S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 여성들 예술수업을 했다. 출생지와 나이는 물론 한국어 소통의 정도도 모두 다른 분들. 천천히 또박또박 한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도 이야기했다, 예술은 정답이 없다고. 느긋하게 눈 마주치고, 기다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가장 행복했던 때를 조카가 변한 때라고 했던 OO님. 뿌듯하고 가슴 벅찬 경험은 나로 인해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때 아닐까. 수업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어머니들의 변한 모습 덕분에 나의 오늘도 뿌듯하고 가슴 뜨끈한 날이 되었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글쓰기는 우리에게 어려운 수업이라고, 그래서 솔직히 올까말까 망설였다는 OO님. 감사했다. 우리 수업에선 어떤 말이든 안전하게 나눌 수 있다는 내 이야기를 믿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므로. 언어로 하는 소통이 편하지 않으면 말과 글을 활동에서 줄이거나 없애기도 한다. 언어가 서툴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말이 쌓인다. 말 자체도 많이 해야 는다. 그래서 더 말문을 열어줄 무언가가 필요하고, 예술만큼 강력하고 적절한 것은 없다.

글쓰기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해보니 너무 좋은 글쓰기, 어렵다 느낀다는 이유로 없애거나 줄이고 싶지 않다. 편하게 속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글쓰기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경험이 쌓일 수록 성장한다. 이렇게 한참을 성장한 후의 내 모습도, 세상의 모습도 궁금하다. “뭉클하다”의 의미를 제대로 느낀 오늘, 어쩐지 무지개빛 꿈을 꿀 듯하다.

글 / 아트코치 박윤경 (그림 그리는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