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 예술감성 수업


고등학생 단체 수업에서 모든 아이들이 예술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없다. 푹 자도 되고, 딴 짓해도 괜찮다. 나도 고딩때 뒷자리에 숨어서 하이틴로맨스 봤단 말이지.

그런데 유독 눈을 반짝 빛내며, 내 말을 그대로 흡수하는 아이들이 있다. 금방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사고의 전환이 되고 있다는 것, 이 자극이 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

단체 수업이라 몇명 밖에 발표를 못했는데, 나중에 다 끝나고 소년 하나가 수줍게 노트를 슥 내민다. 거기엔 울고 싶은 마음, 남들에겐 보여주지 못하는 외로운 마음이 잔뜩 써있었다.

"그냥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마디 듣고 싶어서요."

그래, 이거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하고 싶다. 겉으론 다 큰 어른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지만, 우리 안에는 소년이 있다, 소녀가 있고 어린애 있다. 그걸 알아주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을 듣고 거기에 말을 얹는 일. 늘 조심스럽지만 또 나도 말에는 진심을 담기에 우리를 이어주는 다정의 힘을 믿는다. 수업 끝내고 공항 오기 전, 어음리 억새 군락지에 들렀다. 억새 맛집 아끈다랑쉬 오름이 어른거렸지만, 이게 어디야! 억새에 이는 작은 바람에도 꺅꺅 신나라!

늦가을엔 억새와 사랑이 제철입니다.

#제주고예술특강
#어음리억새군락지

글 / 임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