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 리더과정> 3기 수강 후기


예술교육 리더과정 3기를 마쳤습니다.

인생이 정말 알 수 없습니다. 그림 진짜 못 팔던 갤러리 관장이 예술로 이렇게 많은 분들과 이야기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매시간 감탄, 감동, 감사였어요. 앞으로 계속 쭉 예술적 삶, 함께 하시지요. 마지막 시간에 김창열 <밤에 일어난 일>을 보고 15분 예술 에세이를 썼답니다.

물방울 화가로 일가를 이룬 대가의 첫 물방울 그림인데요. 놀랍게도 이 물방울 그림은 화가가 지우려고 밤에 물을 뿌려놓은 그림에 맺힌 영롱한 아침 물방울을 보고 그린 것이랍니다. 어쩌면 뜻밖의 발견이 운명을 바꾼 것이죠. 생은 늘 그렇지요!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로 예교리 소감을 대신합니다. 

ㅡ임지영




나에게 일어난 일 / 김시운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이란 작품은 파란 캔버스에 보석같이 영롱한 물방울 하나가 맺혀 있다. 버려진 작품을 밖에 세워 놓은 곳에 맺혀진 물방울이다. 이렇게 실패한 작품에 우연히 발견된 물방울이 이 작가의 영감에 맺혀 평생의 모티브가 된다. 우연이 필연이 되어 물방울 작가로 유명하게 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이번 예술교육리더과정이 물방울이 되었다. 평생을 예술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어렸을 적 트라우마도 있었고 살아온 환경도 예술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또래 세대들은 전후 보리고개와 고도성장기에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먹고사는 것에 천착해왔다. 좌고우면 할 틈도 없었다. 공부하고 성장하여 결혼하고 자식 낳고 기르며 살아온 게 전부다. 

이제 60살이 넘고 은퇴를 앞두고 있다. 우연히 너무도 우연히 숭례문학당을 통해 만난 예술교육이 이렇게 설레고 행복하게 하는 줄 꿈에도 몰랐다. 이제 그림 앞에서 쫄지 않게 되었다. 과거에 아주 불편하게만 느꼈던 그림도 의미를 찾고 즐기게 되었다. 이제 전시회를 찾아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마법의 시간 15분에 소감도 줄줄 쓸 줄 안다. 좋은 글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한 줄 쓰고 멍하니 있지는 않는다. 

바람 부는 언덕의 사슴은 좋은 풍광을 만나면 무리를 불러 모은다고 한다. 나홀로 즐기는 예술을 지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좋은 행복을 함께 누리고 싶다. 친구들과 같이 갤러리를 찾고 전시회를 둘러보고 느낌을 나누고 산다면 외로울 새가 있겠는가? 이렇게 즐기며 산다면 성공한 인생 아니겠는가? 나와 지인들의 물방울이 모여 비가 되고, 시내가 되고, 큰 강물이 되리라 믿는다. 성공한 노년을 꿈꾸어 본다.



나에게 일어 난 일 / 오숙희 


첫 물방울. 영롱하고 맑은 물빛이 회백색 캔버스를 아득하게 채운다. 

지난 8주 동안 예술이 나의 마음에 첫 물방울을 시작으로 온몸을 적셔주었다. 메말랐던 삶이 촉촉해진다. 물방울 하나가 온 캔버스를 가득 채우듯 예술이 채워주는 목마름은 삶을 여유롭게 해준다. ‘밤에 일어난 일’의 첫 물방울은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슬픔으로 떨군 눈물이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할 기쁨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 그저 물리적인 물 한방울을 떠나 서사와 감정을 모두 담아내는 ‘의미’로 다가온다. 이것이 예술이다.

예술 감성 글쓰기를 하며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충만함을 작품을 통해 전달받았다. 작품 감상 후 15분 글쓰기에서는 나의 삶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녹여내 글로 지었다. 15분간의 집중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하지만 작품을 보고 쓴 나의 글에 다시 기운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말없이 나를 바라봐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작품들...  삶과 작품이 만나 무의미했던 것이 유의미한 것으로 탄생하는 순간. 이 또한 하나의 예술이다. 



밤에 일어난 일 / 김연화 


작고 영롱한 물방울이 똑! 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 같다. 이 물방울은 이슬 방울일 수도 있고 사람의 땀 방울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애써 참다 급기야 떨어뜨린 눈물 한 방울일 수도 있다. 저 물방울이 떨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습기를 머금어야 했을까? 또 얼마나 고단한 시간 또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 작은 물방울이지만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 물방울이 잔잔한 호수에 떨어지면 또 얼마나 많은 파문을 일으킬까? 물방울이 일으킨 파문이 눈에 아련하게 떠오른다. 

지난 두 달 간 이어진 예술교육리더과정 또한 내 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쉽게 지나치던 것들이 쉽게 지나쳐지지 않는다. 무엇인가 자꾸  응시하게 된다. 나의 감각이 깨어난 것일까? 이 느낌을 오래오래 지속하고 싶다. 단지 파문이 아닌 물결이 될 수 있도록.



밤에 일어난 일 / 김은옥 


실패로부터 우연히 얻어진 물방울 하나가 작가의 예술색을 바꿔놓았다고 한다. 단 한번의 경험으로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물방울은 예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이다. 작가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밤사이 작가의 안과 밖에서는 실패를 통한 변신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나에게 김창열 작가의 이러한 실패의 양이 총량을 채울만큼 충분히 많았기에 물방울의 아름다움을 보고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발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예술교육 리더과정 마지막 날이었다. 8주간의 토요일 주말 오전 시간을 온전히 이 수업을 위해 할애해왔다. 8주가 지난 지금 저 그림의 물 한방울이 그간 나의 노고에 대한 결실인듯 보인다. 열롱하고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 이전의 어떤 결실과는 구분되는 값진 무엇이 내 안에 단단하게 한 자리 차지하게 되었음을 느낀다.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이전의 것과 다르다.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더욱 쉽게 찾고,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하고, 나를 위한 시간의 종류와 질이 풍성해졌다. 그림 속 물방울은 단 하나지만 그 안에 모든 우주를 품고도 남을 가능성이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앞으로의 나의 삶도 온 우주를 품을만큼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감사 또 감사할 따름이다.



감동이 머무는 순간 / 육은주 


첫 물방울이 톡! 초록색 배경에 그려진 물 한방울! 밤새 일어난 일이 무얼까? 김창열 작가는 <밤에 일어난 일> 그림으로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다. 내게 '첫 물방울'은 감동이 머무는 순간이다. 늦게 결혼해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를 갖고 그 심장 소리에 감격해 눈물을 흘렸었다. 어느새 아이는 청년이 되었다. 살면서 그 감동의 첫 물방울을 계속 기억했더라면 아이와 내게 상처를 덜 내지 않았을까,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일과 삶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던 내게 우연히 다가온 예술교육 리더과정은 나를 감동으로 이끌었다. 함께 참여한 선생님들과 매주 전시되는 다양한 미술 작품을 공유하고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어 설레었다. 한 편의 그림을 선정해 가감없이 15분 글쓰기로 나누는 시간은 매 시간 감동이었다. 이런 풋풋한 감동과 가슴 뛰었던 첫 마음을 오래 잘 감각하며, 이번엔 매순간 감사하며 오래오래 유지해보고 싶다. 새로운 인생 2막을 위해. 



밤에 일어난 일 / 오미정 


세상에 만들어진 발명품과 의약품 중 많은 것들이 실패와 실수의 결과물이다. 포스트잇이 그렇고, 전자레인지, 페니실린, 비아그라 등등 그 이름만 써도 몇 페이지를 넘어갈 것이다. 생명도 그렇다. 골디락스 존에 지구가 우연히 위치했기에 태양계에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 수 있었다. 

김창열 작가의 밤에 일어난 일이라는 작품을 봤을 때 도대체 이게 뭔 1억이나 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의 일생동안 매일 밤사이 물방울은 맺혔을 텐데 단 하룻밤의 우연과 작가의 심미안이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억대의 작가가 되었다는 것을 보면, 대가가 된다는 것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만이 아닌 운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하찮게 느껴지는 물 한 방울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까 고민해 본다.

물 한 방울이 맺히는 기상 현상은 늘 그렇듯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당연한 일이지만 동시에 우주의 조화가 깨지는 순간 더 이상 물방울은 맺히지 않을 수 있다. 전 우주가 도와주지 않으면 한 방울의 물방울도 맺힐 수 없는 것이다. 만물의 제왕처럼 구는 우리 인간들이 자연 재해 앞에 얼마나 나약하고 무능한 지는 매년 가뭄과 홍수, 태풍과 전염병의 창궐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밤새 우주의 조화로 맺은 물 한 방울이 작은 물자국을 남기지만 그것조차 태양이 뜨면 사라진다. 마치 우리 인간도 그러하듯 언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탄생과 죽음을 슬퍼하면 안 된다고 이 물방울은 말한다. 우리 개개인도 우연한 조화라는 46억년의 우주의 역사적 결과로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더 투명하고 아름다운 물방울로 살아가 보자고 결심해본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 김승호 


대부분의 일들은 밤에 일어난다. 밤은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늘 깨어있다. 황현산 선생이 쓴 산문집 제목 〈밤이 선생이다〉가 연상된다. 밤은 음침한 이미지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에게 휴식같은 존재다.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길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도 늦은 밤에 마셔야 제격이다.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 물방울은 밤새도록 맺혔을 것이다. 짧은 하루 밤이었지만 한 방울을 떨어뜨리기 위해 밤새 애썼을 것이다. 그 시간에 화가는 잠을 청하며 새로운 예술혼을 깨웠을 것이다. 

그 동안 생겨난 물방울, 화가는 물방울이 우연히 생겼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물방울은 예술가의 고단한 예술창작을 상징하는 땀방울일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노력의 시간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라는 고민을 요즘 자주 한다. 무엇을 하며 살아가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누구에게 끌려 가는 삶이 아닌 주도적인 삶,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다. 작품 속 맺힌 물방울을 보며 이것이 앞으로 내가 흘려야 할 인생의 혼처럼 느껴졌다.



물방울 / 송선정 


화폭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그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영롱하다. 언뜻 보면 심플하기 이를 데 없지만 한참을 들여다 보니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섬세한 이 물 한 방울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아래로 한 방울만이 떨어지고 있어 물방울이 외로워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 그 뒤로 비추는 물방울의 그림자가 동행을 하고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는 듯하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이 길 위에 나와 함께할 동행자가 있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이 작품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저 화폭 위의 물방울과 그림자처럼 말이다. 그런데 투명한 물방울 안의 빈 공간이 자꾸 눈에 걸린다. 비움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지만 난 그 안에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졌다. 우리의 꿈과 열정을 저 물방울 안에 채워 자연의 순리대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우리의 앞길도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방울을 보며 우리의 현재를 생각하고 미래를 꿈꾼다.